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가끔 고추장찌개에 밥을 비벼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돼지고기도 넣고 호박과 감자도 큼직하게 썰어 넣어 고추장과 함께 끓여 낸 찌개 말이다.
6월 하순에 접어들면 호박이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자라는데 바깥일이 크게 줄어든 엄마는 웬만큼 자란 애호박으로 전을 부쳐주신다. 계란이나 밀가루를 쓰지 않고 들기름에 노릇하게 약간은 탄 듯 지져낸 호박전을 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면 빗소리와도 제법 어울린다.
방엔 군불을 때서 잠을 자기 좋을 만큼 따듯하고 접시에 윤기가 흐르는 호박전을 담아 가족들과 빙둘러 앉아 먹었던 추억이 엊그제 일 처럼 생생하다. 어머니가 해주신 호박전은 호박의 향긋한 단내에 직접 담근 짭조름한 간장 맛이 적절하게 어울릴 때 최고의 맛을 내는 것 같다.
6월의 텃밭은 봄감자도 나오고 온갖 푸성귀와 애호박도 넘친다. 애호박전은 에피타이저다. 애호박전을 간단히 먹고 나면 어머니는 가끔 점심메뉴로 고추장찌개를 해주셨다.
직업 관계로 나는 가끔 서울지방조달청을 방문한다. 조달청 주차장을 지나 위쪽으로 올라가면 서래마을인데 후문을 통과 오른쪽으로 돌아 20미터 정도 올라가다 보면 “토박이”이라는 식당이 보인다. 이 집이 서울에선 흔치 않게 고추장 두부찌개를 하는 집이다. 서울에선 처음으로 이 집에서 고추장찌개 맛을 봤다. 함께 갔던 분의 고향이 경기도 파주라고 하는데 이 분도 고추장찌개를 잘 안다. 고추장찌개가 전국적인 음식메뉴였나 싶게 말이다. “토박이”의 고추장 두부찌개는 뚝배기에 끓여 주지 않고 큼직한 국그릇에 담아준다. 추가도 되고 대량으로 끓여 주기에 군대식 짬밥 같기도 하지만 맛은 훌륭하다. 고추장찌개는 칼칼한 맛 때문에 몇 숟가락 먹고 나면 몸이 후끈해지는 것을 즐길 수 있다.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이라면 더욱 좋다.
요즘 레시피로 끓여 본다면 우선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만들고 고추장 두 스푼에 된장은 한 스푼이 못되게 넣어 푼다. 돼지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고 설탕과 간장으로 간을 맞춰준다. 한소끔 끓고 나면 천천히 익는 감자와 당근부터 큼직하게 썰어 넣는다. 감자가 어느 정도 익었으면 두부, 호박, 양파, 대파 썬 것을 비롯해 홍고추 등을 넣어 끓이면 얼큰한 고추장찌개가 된다. 오늘 같이 비가 내린 저녁에는 고추장찌개나 김치전에 막걸 리 한 잔 곁들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