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풍부하다면 모르겠는데 매일매일 그 일이 그 일 같고 다른 점을 찾지 못하면 글 소재가 없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억나지 않던 것이 떠오르기도 하고 다른 이들의 글을 읽다 보면 얼추 비슷한 경험들이 떠오르기도 하는 경험들이 대부분 있을 것입니다.
또 글 소재가 없다고 여기는 것은 많은 경우가 다른 이의 글을 읽어 보지 않았다던지 아니면 매일매일이 반복되는 지루한 날이라 여기며 그 다른 것들을 간과했기때문 일 것입니다.
실제 부부의 대화도 매일 소재가 같지는 안찮아요. 각자의 만남도 매일 다른 이이기도 하고요. 저의경우에는 아마도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 “번 아웃” 증세에서 나온 행동력이었을 겁니다.
토요일은 비가 하루 종일 내렸어요.
실은 오후에 당구 한 게임 치려고 동네 형님과 약속을 해 놓은 게 있는데, 비가 주룩주룩 내린 통에 나가기가 꺼려졌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모임을 취소한다거나 연기하겠다는 톡이 없는 거예요. 아 그냥 오늘 게임을 하나 보다 하고 “저 지금 나갑니다”하고 약속 시간이 임박해서 톡을 올렸는데 답이 옵니다.
비는 작은 우산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양입니다. 벌써 어깨가 빗물에 젖어 옷의 색을 바꾸어 버립니다.
당구장은 비에도 불구하고 빈 당구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동네 어르신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네요. 그렇게 두 분의 형님과 당구를 쳤는데 암튼 두 게임 모두 내가 이기는 전래 없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게임에 진 형님 한분이 게임 비를 내고 비와 궁합이 좋은 전집에 가서 막걸리 한통씩을 비웠습니다.
술안주는 감자김치 오징어 전 하나와 도토리 묵 한 접시를 시켰습니다. 대한민국 사람 모두 비가 오면 파전을 찾는 다는데 남녀를 불문하고 식당 자리는 많이 채워져 있네요. 이러니 비 오는 날 파전은 진리라는 생각이 더 굳어지는 것 같습니다.
성가대를 같이 하는 형님들이라 성가대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저녁시간이 넘었습니다. 해가 길어져 비 오는 오후 6시라 해도 날은 그다지 어둡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비에 아파트 단지가 정전이 되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정전으로 멈춰서는 바람에 걸어서 21층까지 오릅니다. 빗물에 얇은 겉옷이 모두 젖어 버렸네요. 머리칼도 빗물에 젖어 물기 묻은 안경 너머로 초라해진 내가 거울 앞에 있습니다.
내일은 성당 봉헌식이 있는 날인데 실력을 발휘할지 모르겠어요. 실력 발휘는 아니더라도 실수만 하지 않으면 다행일 텐데 말이지요.
이렇게라도 브런치에 글을 담다 보면 어느 날엔가는 습관적으로 한 꼭지를 올리지 않을까 기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