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서 보니 친구들이 술을 마시러 벌판을 지나고 있다.
시야에서 정확히 보일 정도이고 내가 있는 곳에서 그 벌판까지 멀지 않다. 뛰어가면 금방이라도 합류할 것처럼 보였다. 정작 다가서니 나는 3미터 정도의 낭떠러지 위에 있다. 처음에는 뛰어 건너 보려고 했으나 만만치가 않았다. 3미터가 넘는 깊이의 구덩이는 장마철 급류로 유실된 토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
3미터 높이가 이렇게 높게 느껴지다니 하며, 다시 올라와 보니 반대편 쪽 저 멀리에도 정자가 있고 또 다른 지인들이 빙 둘러앉아 술을 마신다. 그곳에 가려하니 갑자기 버스터미널이 나오고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지인 둘이 부여행 버스를 타고자 한다. 버스는 얼굴을 유리창에 비벼댈 정도로 이미 만원이었다. 아마 어린 시절 내가 살았던 합덕 버스정류장에서 천안으로 출발하는 직행버스 내부와 같은 모양새다.
아는 사람인 듯한 여자 지인이 종이에 5백 원이라고 적혀 있는 버스표를 사가지고 왔으나 버스가 출발하면서 소용이 없게 되었다. 매표 관리원 다가와 버스표를 수거해 간다.
모든 게 미완성인 채로 끝이 난다. 그러면서 꿈속의 나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매듭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