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명태를 쉽게 접할 수 없지만 70년대만 하더라도 국민대표 생선이었다. 오죽하면 명태라는 이름이 붙은 노래가 다 있었겠는가!
국민대표 생선이었기에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는 것은 그만큼 흔하기도 하고 인기도 누렸다는 방증인데 명태만큼 혹은 명태를 넘어서는 다양한 이름을 가진 생선이 민어이다.
민어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불렸는데 옛 문헌을 살펴보면 『동의보감』에는 ‘회어’, 『습유기』에는 ‘면어’라 기록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개우치’, ‘홍치’, ‘어스래기’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 인천 지역에서는 네 뼘 이상을 ‘민어’, 세 뼘 이상을 ‘상 민어’, 세 뼘 내외를 ‘어스래기’ 두 뼘은 ‘가리’라고 불렀고 그 보다 작은 것은 ‘보굴치’라고 지칭했다.
민어는 산란기인 7월에서 9월까지가 제철이다. 60년대만 하더라도 조기와 같이 서해안의 대표 어종이었고, 파시가 생길 정도로 많은 어획량을 선보이기도 했다. 민어는 크기가 클수록 살이 희고 고소하며 단맛이 강해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 서·태안 등 서해안 지방에서는 제사상에 반드시 오르는 어종이다. 아버지께서는 "삼치 등 '치'가 들어간 어종은 한 수 아래이다."라고 하시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회복시키는데 민어만 한 게 없다. 민어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을 뿐 아니라 소화흡수가 빨라 최고의 보양식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려오고 있다. 철분과 칼륨은 물론 인 같은 영양소가 풍부히 들어 있다. 우리 조상들도 민어의 효능을 아셨는지 조선시대부터 민어탕은 보양식 중 최고인 일품으로 평가했다. 다음으로 도미탕이, 보신탕은 삼품에 그쳤다. 그리고 임산부들에게도 민어 미역국을 끓여 먹도록 했을 만큼 효능을 인정받았다.비싸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나마 7,8월에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면 탕용으로 쓸만한 적당한 크기의 민어를 적당한 값에 구매할 수 있다. 60년대 말 이후 민어는 유자망어업을 통한 싹쓸이 조업으로 한 때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현재도 민어가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크게 달리는 상황이다. 아쉬운 것은 민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이 많지 않아 민어 요리를 맛 볼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민어는 겨울철 대표 어종인 방어와 같이 크기가 클수록 킬로그램당 판매 가격도 비싸고 맛도 일품이다. 성수기에 시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3~4kg 크기의 작은 민어는 살이 푸석 거리고 민어 본래의 참 맛을 느낄 수 없다.
예전에 남부터미널 2번 출구로 나가면 삼학도라는 민어 전문점이 있었다. 또 방배동의 서울고 교차로 인근에 있는 ‘민어 사랑’도 맛집이었다. 이 집은 10킬로그램 이상의 상품만 취급하기 때문에 가격이 좀 비싼 게 흠이다. 하나 누가 사주면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민어는 탕이나 회로도 맛이 있는 어종이지만 포를 뜬 민어 살을 설탕 간장물에 담갔다가 그늘에 말리면 최고의 술안주가 된다. 민어 알도 민어포 말리는 방법으로 설탕 간장물에 담갔다가 말리면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여름철에 먹는 보양식으로 삼계탕과 보신탕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이에 비할바가 아니다. 특히 보신탕의 경우 호불호가 크고 논란도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기회가 되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시대부터 민어가 많이 잡혀 파시가 열리 곳이 많았고, 이들 파시 지역에서 현금흐름이 많아지자 요즘의 떴다방처럼 돈벌이를 위해 기생이 있는 술집 등도 단기간에 많이 열렸다가 철시하곤 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민어 어장은 굴업도 어장을 들 수 있다. 굴업도는 조기 어장으로도 유명했는데 1916년 민어 안 간망 어장을 개척한 후 민어 파시가 형성되어 1920년대 조기와 민어의 주요 어장이었다. 성어기인 매월 7-8월경이 되면 어선이 300척 이상으로 대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한국수산지에 따르면 우리나라 민어 어장은 완도, 진도, 칠산, 격음열도, 인천, 진남포, 연평도 주변, 압록강 등이고 이 중에서 태이도, 금강 입구, 군산 근해 및 압록강이 유명했다고 한다(한국 수 산지, 1권, 1910).
성수기에 잡히는 민어의 크기는 대략 70센티미터를 넘었고 큰 것은 1미터 이상 되기도 했다. 민어 뼈는 우려내면 진한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다. 껍질도 따로 손질해 놓으면 쫄깃한 식감과 단맛으로 인기가 높다. 민어 부레는 접착력이 좋아 아교로 만들어 쓰는 등 버릴 것이 전혀 없는 어종이다.
이제는 민어탕을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민어탕 맛을 제대로 보려면 맑은 탕이 더 좋다. 우선 파뿌리와 양파, 민어 머리뼈, 다시마, 무, 조개 등으로 육수를 낸 다음 민어를 넣어 함께 끓인다. 여기에 대파, 두부, 다진 마늘, 홍고추 등을 넣고 얼마간 끓인 뒤 미나리를 얹어 마무리하면 민어 뼈에서 우러난 진한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