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길에서 인생을 찾다

삶에도 굴곡이 있고 길에서도 높낮이가 있다.

by 이상훈

tv n 스페인 하숙의 한장면



화면에 회심곡이 애잔하게 흘러나온다. 노래의 주인공은 같은 아파트 동에 사시는 자매님이다. 목소리가 얼마나 구성지고 인생이 담겨 있는지 노랫말은 잘 몰라도 느낌은 바로 전해지는 듯하다. 등에 배낭을 짊어지고 핑크빛 등산복에 황톳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며 쏟아내고 있는 그 노래 회심곡...
고독 외로움 혼자와의 싸움을 그려내는 듯했다.

화면은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선 자매님 가족을 담아내고 있다. 간혹 지나는 마을마다 축제가 벌어져 외로움을 달래고 일행을 만나 식사 준비도 같이하고 회포를 풀기도 하는 등 하루 동안의 걸음에 대하여 보상과 자기 만족도 얻어지는 것 같아 화면으로만 보면 당장 짐을 꾸려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다.



각자의 신체 능력에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가 달라 같은 일행끼리도 걷는 동안은 헤어졌다 잠을 자기 위해 머무르는 여행자 숙소에서 당일 늦게나 혹은 다음 날이 되어서야 겨우 볼 수 있을 뿐이다. 무릎이 좋지 않은 자매님 가족은 다른 이 보다 하루에 걷는 거리가 많지 않다. 땀에 쩐 옷가지를 빨고 여행자 숙소에 고단한 몸을 누여 보기도 하지만 해가 뜨면 다시 길을 재촉해야 하는 것이 인생과 같다.
길마다에는 조개 문양의 순례길 이정표가 나타난다.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을 표시하고 있는데 출발은 프랑스 땅 생장 피르포 르이고 도착지는 스페인 땅 SANTIAGO DE COMPOSTELA이다. 산티아고 드 콤포스텔라는 “별빛이 쏟아지는 들판에 있는 성 야고보의 무덤”이란 뜻이란다. 거리는 대략 생장 피르포 르부터 산티아고까지 7백80킬로미터로 사람의 신체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20일에서 30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자매님 가족은 35일 걸려 목적지에 도착해 기념 증서도 받았다며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다.

맑은 하늘 드넓은 푸른 들판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화면상으로 참 아름답게 다가왔는데 순례길을 경험한 자매님은 그 길이 주는 엄청난 거리감에 지금도 한숨이시다. 아마도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는 들판 길을 오늘 다 지날 수는 있을까 가끔 숲길이라도 나타나면 그리 반가울 수 없겠지 하는 표정이다.

길은 사막과 같은 황토색 평원을 지나기도 했다. 길게 끝없이 뻗어 있는 길은 심리적 압박감이 엄청났을 뿐만 아니라 간혹 바위투성이의 산길이라도 나오면 화면에 몰입하여 무릎관절에 대한 걱정을 여쭈어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소유를 포기하고 몸에 붙어 있는 그 무엇이라도 버리고 싶을 정도로 육체가 극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는데 순례길 곳곳에 순례자들이 남기고 간 등산화며 가방 등이 놓여 있다.
순례자들 대부분이 처음에는 온갖 것을 준비해와 배낭이 차고 넘치는데 시간이 갈수록 부피를 줄여가 나중에는 속옷 두벌 정도만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행자 숙소에는 먼저 지나간 순례자들이 남기고 간 식량들이 가득하다.

순례의 끝인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많은 순례객들이 곳곳에 옷가지나 신발류를 태우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전통이라고는 하지만 양이 지나치게 많다 보니 환경을 해치는 꼴이 돼 보기에 좋지는 않다.
이런 몇 가지만 제외한다면 산티아고 순례가 여러 가지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긴 거리를 순례하면서는 자신을 버리고 낮추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단다.

인생이 그러하듯 여행도 고단함 뒤의 가슴 벅찬 희열이 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 하는 것은 각자의 몫인 것 같다. 다가 올 기쁨을 위해 지금 걷고 있는 순례길에서 조금 더 힘을 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회심곡 일부를 들어보자
인간 백 년 다 살아도 병든 날과 잠든 날과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을 못 사나니
어제오늘 성턴 몸이 저녁 낮에 병이 들어
섬섬하고 약한 몸에 태산 같은 병이 들어
부르나니 어머니요 찾나니 냉수로다
인삼 녹용 약을 쓴들 약덕이나 입을 소냐
판수 들여 경 읽은들 경덕이나 입을 소냐
제미 서되 쓸고 쓸어 명산대찰 찾아가니
상탕에 마지하고 중탕에 목욕하고
하탕에 수족 씻고 황촉 한 쌍 벌여 세고
향로향분 불 갖추고 소지삼장 드린 후에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전 비나이다
칠성님께 발원하여 부처님께 공양한들
어느 곳 부처님이 감동을 하실쏘냐
제일 전에 진광 대왕 제이 전에 초강 대왕
제삼 전에 송제 대왕 제사 전에 오관 대왕
제오 전에 염라대왕 제육 전에 번성 대왕
제칠 전에 태산 대왕 제팔 전에 평등 대왕
제구 전에 도시 대왕 제십 전에 전륜 대왕
열 시왕전 부린 사자 십왕전에 명을 받아
일직 사지 월직 사자 한 손에 패자 들고
또 한 손에 창검 들고 오라 사슬 빗기 차고
활등 같이 굽은 길로 살대 같이 달려와서
닫은 문 박차면서 천둥같이 호령하여
성명 삼자 불러내어 어서 나소 바삐 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