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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가 되어야 어른스러워졌다 할까요?

by 이상훈

3월 하면 봄이지요. 춘삼월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꽃피는 삼월이 되었습니다. 보통 이렇게 급작스럽게 달려들면 한 발 물러서는 게 인지상정인데 엊그제까지 찬바람에 떨었던 생각을 하면 따듯해진 봄날이 믿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다시 눈발이 날리는 것이 3월임에도 2월에 하던 버릇을 또 하네요.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나 봅니다.

지구가 공전을 하면서 별자리가 조금씩 바뀝니다. 내가 사는 곳도 수도권이라 그 다지 많은 별들을 볼 수는 없지만 얼마 전엔 하늘이 맑았는지 십여 개에 달하는 별들이 보였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어린 시절 하늘에 가득 보였던 별자리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때는 카시오페이아와 북두칠성을 어렵지 않게 찾았는데 말이지요.


별이나 꽃 이런 단어들을 생각하면 추억이 마디마디 단절이 되어 떠오르고, 가슴이 시큼해짐을 느끼게 하고 떨림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푸릇하고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감정이 복원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 큰 성인 들야 “내 몸은 내가 지켜” “왜 네가 보호하겠다는 것이야”라고 하는 이도 있는데 그 시절엔 작고 소중한 것들을 굳이 자신이 지켜줘야 한다는 믿음 같은 것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별자리는 아마 “어린 왕자”의 영향이 컸던 것 같고 꽃이 아름다운 것이야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그렇게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아주 단순하게 평가해 봅니다. 눈이 오는 3월의 첫 출근 날에 생뚱맞게 별자리 타령일까 싶지만 사람의 사고가 확대되다 보니 눈과도 별이 이어지고 꽃이 이어지네요. 보이는 것들은 이렇게 낭만적인데 내 안의 것들은 불안과 불만으로 가득합니다. 우주의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한 나는 이 대자연 속에서 무엇이 그리 못마땅할까요?

아무래도 먹고사는 문제와 이를 둘러싼 사람 간의 갈등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그것이 더 아름다운 것일까요? 그렇게 누구나 다 느끼는 것을 동심을 가졌거나 선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남이 모르는 것을 찾아내서 감사할 줄 아는 이가 진정한 어른일 터인데 그 반열에 어느 세월에 가입하게 될지 답답한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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