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은 어디에 가까울까?

by 이상훈


사후 세계를 경험하는 이들 중 어떤 의식과 같은 어떤 형체도 없는 영 혹은 의식이 어둠 속을 헤맬 때 멀리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외침, 초등학교 시절의 친구들의 부름에 이끌려 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밝은 빛으로 인도되어 가기도 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여동생으로부터는 듣게 된 이야기가 있다. 여동생이 혼자 집에 머물 때 경험한 것인데, 아무도 없는 집에서 발자국 소리가 가끔 들렸다고 한다. 여동생이 살았던 아파트는 공동묘지가 산을 밀어서 세워진 곳이다. 분명 아무도 없는 집인데 저쪽 방에서 이쪽 거실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 혹여 외출한 아이가 집에 왔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절에 가면 지옥에 있는 중생을 보살피는 지상보살을 모시는 지장전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 조상들의 혼령을 모시는 위패를 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곳에서 기도를 하다 보면 기도 중에 말을 거는 혼령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말하는 이는 혼령과 대화를 나눈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지장전을 나설 때 혼령에게 따라 나오지 않도록 신신당부를 했다고도 한다.

나는 우리 뇌가 사람이 살면서 가장 많이 접한 것이나 혹은 트라우마처럼 뇌 깊이 인식된 것들이 우리 뇌가 작동을 멈춘 사후에도 의식의 흐름 어디에 지문처럼 남겨져 혼령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의식은 어떤 것을 인식하는 것이고 영은 그 의식을 갖고 있는 또 다른 무엇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보통 수행자들이 깊은 기도를 하는 이유도 머릿속에 남겨진 것들이 좀 더 고차원적인 것들로 채우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의식과 몸을 분리해 의식을 좀 더 고양화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죽음을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죽은 이후의 내 영혼이 가야 할 길을 헤매지 않고 밝은 빛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깊은 고뇌와 함께 주변의 것들을 인간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생각, 감정, 감각을 벗어나 그것들을 쳐다볼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내가 내가 아니고 그냥 한 점일 뿐이다라는 생각도 든다.

생각과 의식은 많은 차이가 있다. 생각이 의식일 때도 있지만 의식은 생각이 생각을 하고 있구나를 알아차리는 것이라고나 할까.

생각이나 마음은 인위적 혹은 작위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보통 의식은 아 이런 마음, 이런 생각을 내가 하고 있구나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생각은 뇌에서 할 수 있고, 소리 감촉 냄새는 온몸을 통하여 인식된다. 그래서 그것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것을 의식이라고 한다. 우리가 경험하고 많은 것들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의식 속에 지문처럼 남아 꾸준히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좋은 것들 밝은 것들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몸 안에 축적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안타까운 감정과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시간이 흐른 이후 또 다른 많은 것을 체험할수록 과거의 것들은 희미해지고 지금 주변에 있는 밝은 것들이 채워지기도 할 것 같다. 우리가 밝은 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을 단순화하고, 우리의 의식이 우주의 기본질서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경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