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마음
노을 지는 저녁, 매일 이 시간엔 두 남녀 아이가 약속이라도 한 듯 놀이터에서 마주한다. 남자아이 손엔 늘 300원짜리 뽑기 반지가 쥐어져 있고, 이내 여자아이가 집에 갈 즈음 반지를 주곤 사라진다. 어느 날 뽑기가 다 떨어져 반지를 못 뽑은 남자아이는 1000원짜리 로보트를 선물로 가져가며 기뻐할 여자아이 표정에 설렘으로 가득 찬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반지가 아닌 로보트를 받고 이내 실망 가득한 표정을 보인다. 이를 본 남자아이는 무안한 마음에 뒤돌아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렇다. 남자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300원짜리 반지보다 더 비싸고 좋은 1000원짜리 로보트를 선물했지만 원하는 반응을 얻지 못한 마음에,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의 관심이 곧 반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로보트를 받고는 알 수 없다는 듯 되려 서운한 마음에 둘은 상처를 받는다. 사람은 이처럼 누구에게나 그들만의 사정과 서운함, 그리고 감정이 존재한다. 어느 누구도 일방적으로, 원래부터 잘못한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이기적인 사람과 덜 이기적인 사람만이 존재한다.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만큼은 덜 이기적인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배려이다. 그저 내가 받기 싫은 것을 내가 범하지만 않으면 된다. 나보다 남의 마음을 먼저 헤아린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