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고요한 밤,
숙소 사람들과 와인을 홀짝이던 주방에서 그런 생각을 했어.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에 말이야,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차리는 거야.
빨강머리 앤이 살았던 그런 집처럼,
삐그덕 거리는 계단이 있고,
햇살 한가득 담아 놓을 수 있는 아담한 주방이 있고
하늘과 맞닿은 다락방이 있는 그런 집.
아! 따뜻한 벽난로도 있으면 좋겠다!
거창한 거 말고
내 집 같진 않아도 그냥 친구 집 놀러 온 것처럼,
친한 언니네 놀러 온 것처럼 그렇게 말이야.
사람은 많지 않았으면 좋겠어.
작은 거실 바닥에 동그랗게 둘러앉아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
우리의 웃음 넘어가는 소리가
시끄럽지 않고 정겨울 그 정도.
우린 매일 밤마다 파티를 열거야.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거지.
오늘 하루 여행은 어땠는지,
어떻게 여기까지 떠나 왔는지,
떠나오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제 어디로 갈 건지.
어쩌면 놓쳐버린 사랑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방황하는 청춘을 다독여 줄 수도 있겠지.
떠나 온 사람,
떠나갈 사람,
떠났다 돌아온 사람,
모두 따스히 안아 줄 거야.
다시 길을 나서는 그들에게 구름 같은 포근함을 나눠 줄 거야.
여행에 지칠 때면
내가 준 구름 한쪽을 뜯어 흠뻑 기댈 수 있게.
언젠가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에 말이야,
언제나 머물다 갈 수 있도록 게스트 하우스를 차릴꺼야.
그러니까 놀러와.
레이스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인사를 하는
나의 게스트 하우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