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가방이 안전할까?
- 뚜껑이 있는 가방
나는 여행을 할 때 보통 뚜껑이 있는 가방을 선호한다.
지퍼가 있는 가방은 열고 닫기 편하지만 그 편안함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매치기를 위하는 것일 수도 있으므로 열고 닫는 데에 한 번의 과정이 더 필요한 뚜껑 있는 가방이 좋다.
혹은 클러치백처럼 한번 접을 수 있으면서 가방 속이 깊은 가방도 선호한다.
가방이 열렸다 해도 소매 기치가 손을 넣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방은 무조건 사선으로 메고 앞으로 오게 해서 가방이 내 시야에 반드시 들어오게 해야 한다.
한국에서처럼 한쪽으로만 메면 소매치기들이 잡고 달아날 수 있고 가방을 뒤로 메면 그야말로
'내 돈 가져가세요~~'가 되는 셈이라는 걸 꼭 명심해야 한다.
날씨가 쌀쌀하거나 추워서 겉옷을 입어야 할 때는 겉옷 안에 가방을 메는 것을 추천한다.
겉옷 안에 있어서 안전하고 가방이 안 보이기 때문에 소매치기의 눈을 피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사실 가방을 안 보이게 하는 게 최고의 소매치기 예방 비법이다.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라 태양이 뜨거워서 여름옷을 입어야 했다.
나의 여름 패션은 나시원피스에 아주 얇은 카디건을 입는 것이 보통이라서
가방을 메고 그 위에 카디건을 입고 여행을 한적도 있다.
가방 끈이 보일만큼 아주 얇은 카디건이었으나 어쨌든 쉽게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 에코백
사실 가장 선호하는 가방은 에코백이다.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가방에 이것저것 넣고 다니길 좋아하는 나에게 에코백은
많이 들어가며 가볍고 가방 속이 깊어 소매치기 레이더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이다.
에코백을 멜 때 물건들을 넣고 그 위에 스카프나 비닐을 넣어 한번 더 안전장치를 해주는 게 좋다.
스카프를 넣어 귀중품을 덮으면 소매치기가 쉽게 돈이나 여권을 찾을 수 없고
비닐은 만지면 소리가 나기 때문에 내 가방 속으로 들어온 검은손이 정체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
또 한쪽으로 메서 낚아채 갈까 봐 무섭다면 에코백을 했을 때 내 앞으로 온 에코백의 가방 부분을
꽉 잡고 다니는 게 좋다.
2) 소매치기 만능 템 - 옷핀과 스프링 줄
- 옷핀
유럽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준비물 필수 품목으로 옷핀과 스프링 줄을 반드시 준비하라는 글을
많이 봤을 것이다. 나역시 감히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
옷핀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여행 필수품이다.
지퍼만 있는 가방을 멜 때는 지퍼에 옷핀을 채우고 다니는데
그렇게 하면 지퍼를 열 때 옷핀에 걸리기 때문에 소매치기가 내 지퍼에 손을 대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나조차도 내 가방 안에 든 돈을 꺼내기 어렵다는 건데
여행에서 돈은 꺼내기 어려울수록 지켜진다고 믿기 때문에 그 정도 수고로움은 감수할 수 있다.
뚜껑만 있는 가방을 멜 때는 파우치 안에 여권과 돈 등을 넣고
그 파우치를 가방의 속 천과 연결해 고정하는데 그때도 옷핀이 제격이다.
그렇게 연결해서 고정해 놓으면 혹여나 가방을 열어 파우치만 쏙 빼가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에코백을 멜 때도 적용되는데 에코백을 메면 겨드랑이를 중심으로 내 앞으로 오는 부분이 있다.
여자의 경우 보통 가슴 부분쯤이 될 텐데 그 부분의 에코백에 옷핀과 귀중품이 든 파우치를 연결해서
파우치가 내 시야에 오도록 하기도 했다.
또 내 시야를 벗어난 에코백 부분으로 소매치기를 당할까 불안할 때는 옷핀으로 잠가두기도 했었다.
배낭이나 캐리어의 지퍼와 지퍼를 연결한 후 자물쇠를 채워두면 이중 보안이 되기도 하며
겉옷을 입어야 하는 날씨에는 습관적으로 주머니에 무언가를 넣을까 봐
겉옷 주머니를 옷핀으로 잠가두기도 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어이없게도 갑자기 가방끈을 고정하는 가죽고리 부분이 끊어진 적이 있었는데
옷핀으로 가방끈을 고정해서 사용하기도 했다. 이게 제법 튼튼해서 아직도 가방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 스프링 줄
소매치기를 예방하는 다양한 스프링 줄들이 존재하지만 내가 추천하는 것은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천 원짜리 스프링 줄이다. 줄을 얇은데 제법 튼튼해서 몇 년째 아주 잘 사용하고 있는 여행 필수품이다.
스프링 줄은 보통 핸드폰을 가방과 연결해 소매치기를 예방하는 데 사용한다.
그래서 여행할 때는 핸드폰이 항상 가방과 연결된 채로 사용하는데 누가 낚아채갈 수도 없고
핸드폰을 떨어트릴 염려도 없어서 아주 유용하다.
핸드폰뿐 아니라 카드지갑 같은 작은 지갑을 가방과 연결할 때도 좋으며
스프링 줄을 핸드폰과 연결한 후 둥글게 말아서 손목에 끼고 다니는 방법도 추천한다.
파리의 공항버스인 루아시 버스를 타면 오페라 역에서 내려주는데 항상 여행자들이 있는 곳이라
그곳 공항버스 정류장에는 소매치기들이 득실댄다.
그래서 한 번은 스프링 줄을 여러 개 준비해 내 가방과 캐리어를 연결한 후 소매치기들을 피한 적도 있다.
핸드폰이나 지갑 등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물건들이 스프링 줄과 연결되어 있으면 안심도 되고
소매치기도 피할 수 있으니 꼭 사용해 보기를 바란다.
혹 그 스프링 줄을 자르면 어떡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 몸에 밀착된 가방과 연결된
스프링 줄을 자르기 위해 누군가 나에게 다가온다면 피하는 것이 좋고
스프링 줄은 생각보다 엄청 튼튼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3) 나 여기 사는 사람인데?
파리의 소매 치를 돌려보내는 마법의 주문이 있다. 바로 "나 여기 살아"
소매치기가 프랑스 시민을 건드렸을 때는 엄청난 처벌을 받는다고 들은 적이 있다.
여기 사는 현지인이라는 말을 불어로 외워간 뒤 집시 소녀들이나 수상한 사람들이 내 앞으로 올 때마다
말하곤 했는데 내 프랑스어 발음이 썩 좋지 않음에도 그 말을 믿고 돌아간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다.
최근에 갔던 파리에서는 사인단 집시 중 한명이 끈질기게 나를 따라오다가 내가 사인을 해주지 않자
내 팔을 때린 적이 있다.
너무 황당해서 너 지금 나를 친 거냐고 나 여기 사는 사람이라고 당장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니까
포기하고 돌아간적이 있다.
그 집시가 나에게서 사인을 받아내는 것을 포기한 말 역시 내가 여기에 사는 사람이라는 말이었다.
한 번은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그날은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씨엘 드 파리' 레스토랑에 갈 예정이라 한껏 차려 입고 하이힐까지 신은 날이었다.
에펠탑 열쇠고리를 파는 청년이 나에게 다가와 끈질기게 사달라고 요구할 때 그 청년을 돌려보낸 말도
'나 여기 사는 사람이야'라는 말이었다.
그 청년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을 보냈지만 나는 하이힐을 보여주며 관광객이 하이힐을 신는 일은
거의 없다는 설명까지 보탰을 때 그 청년은 완벽히 내게 등을 돌리고 돌아갔다.
소매 치를 당하는 건 한 순간이긴 하지만 이 정도의 작은 대비만 해도 소매치기를 예방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방이 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구경을 하다 보면 가방이 자꾸 뒤로 간다고 하는 사람들은 가방과 겉옷을 옷핀으로 연결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겠지만 내 물건은 내가 지켜야 하고 가장 중요한 여권과 돈을 잃어버렸을 때 오는
심리적 불안감이나 즐거운 여행이 한순간 악몽으로 변하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의 아주 작은 예방과 준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파리 소매치기 가이드-Part 3에서는 나만의 안전여행 방법에 대해서 소개한다.
* 파리 소매치기 가이드-Part 3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