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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Dec 20. 2018

파리 소매치기 가이드-Part 3

1) 여행자의 지도 기억법 


여행을 다니면서 보면 보란 듯이 내가 여행객임을 온몸으로 티를 내는 사람이 있다.

여행을 떠나왔다는 그 설렘은 이해가 가지만 그럴수록 소매치기에게 더욱 확실히 노출될 뿐이다.


저 사람이 여행객임을 가장 쉽게 알아챌 수 있는 것은 바로 

지도를 들고 있거나 한 자리에 오래 서서 구글맵을 보는 것이다. 


나는 불과 2~3년까지도 종이지도를 들고 여행을 다녔다. 그때 내가 지도를 봤던 방법은 

사방이 막혀 있는 숙소나 카페 혹은 음식점에서 지도를 보고 길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소매치기한테 노출되는 것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도를 보느라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는 일도 줄어든다.

길은 조금 돌아가더라도 최대한 직선거리로 설정하면 기억하기 수월해진다.


중간을 길을 잃어도 두리번거리거나 당황하지 않아야 한다. 소매치기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길을 잃었을 때는 일단 큰길을 찾아 나선다. 크길로 가다 보면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이 보이므로 

거기서 다시 한번 위치를 확인하고 이동하는 편이 낫다.

혹은 길을 잃으면 잃은 채로 돌 아디는 것도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는 여행의 방법이다.

길을 잃는 것도 여행이니까.


2) 돈을 꺼내는 방법 


한국에서 파리에 갈 때 숙소에 지불한 금액과 일주일 정도 쓸 돈만 환전해 간 뒤 

현지에서 ATM기로 필요할 때마다 빼서 쓰곤 하는데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부담이 줄어서 좋다.


현지에서 ATM기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내 카드가 복사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밖에 있는 ATM기에 복사 장치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돈을 뽑고 뒤를 돌아보면 

소매치기나 강도가 서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반드시 은행 안으로 들어가서 ATM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은행 밖에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이 특별히 범죄형 얼굴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ATM 기계를 이용하고 싶다고 말하면 들여보내 준다. 

여기서 적용되는 것이 '봉주르'마법인데 당당히 은행으로 향하며 경호원에게 '봉주르'라고 인사하면 

웃으며 문을 열어 줄 것이다. 

은행 문이 닫혀있거나 잠겨있는 경우도 있다. 잠겨있는 경우에는 버튼을 누르면 열리는 시스템이 많고 

버튼을 눌렀을 때 누군가 응답을 한다면  ATM기를 이용하고 싶다고 하면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문을 열고 은행 안으로 들어가면 ATM기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직원들이 앉아 있거나 경호원이 있어서 

돈을 안전하게 뽑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혹시나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직원을 부를 수 있어서 좋다.

현지 은행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체험이 될 수 있으니 꼭 이용해 보기를 바란다.


딱 한번 숙소가 있는 동네에서 밖에 있는 ATM기에서 돈을 뽑은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정말 조용하고 한적한 파리의 소시민들이 사는 동네라는 점이 첫 번째 이유인데 복사 장치를 만들 사기꾼이 

굳이 번화가나 관광지가 아닌 이 작은 파리의 외곽 동네까지 오는 수고를 할 리가 없다는 생각에서였고  

주변이나 길거리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행경비는 모두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쓸 만큼을 정해서 가지고 다녔다. 

나는 보통 현금은 50유로 안으로 들고 다녔는데 내 여행이 대부분은 카페에 앉아 있거나 공원에 앉아 있거나 

정처 없이 걸어 다니는 것이라서 특별히 돈을 많이 쓸 일이 없었고 또 부족한 금액은 카드를 사용했다. 

카드 사용의 좋은 점은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정지를 시킬 수 있고 거스름돈을 잘못 받는 등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돈을 정리할 때도 사방이 막혀있는 곳 될 수 있으면 숙소로 돌아와 정리하는 게 

안전하다는 점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3) 지하철 자리선정의 비밀 


파리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지하철 소매치기에 대해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뒤에 바짝 붙어 쥐도 새도 모르게 돈을 훔쳐간다거나 가방이나 핸드폰을 무작정 뺏어서 달아난다던가..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 있는데 지하철 안쪽으로 들어가 서 있거나 앉는 것이다.

보통 소매치기들은 치고 빠져야 하기 때문에 주로 문쪽에 있는 사람들을 공략한다.

하지만 지하철 안쪽 좌석에 있으면 소매치기를 하기에 수월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서다.


나는 사실 문쪽에 있는 간이의자에 앉는 걸 좋아한다. 그 좌석이 넓고 편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절대 핸드폰을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가방을 꼭 잡고 탄다. 

그리고 웬만하면 문이 열리는 방향이 아니라 문이 열리지 않는 방향의 간이 좌석에 앉는다.

사람이 너무 많아 문쪽에 서 있어야 할 경우에는 겉옷으로 가방을 감싸는 것이 좋다. 




사실 파리는 생각보다 안전하다. 

여러번 파리에가서 한달씩 머무는 동안 밤늦게 다녀도 특별히 나를 위협하는 사람도 없었고 

소매치기를 마주친 적도 별로 없다.

내가 아주 운이 좋아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사소한 걱정이 낳은 사소한 준비들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아주 작은 행동 하나로 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면, 

또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가 여행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그건 결코 사소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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