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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Dec 21. 2018

비오는 파리에서 꼭 필요한 것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고 잠이들면 아침무렵 정수리부분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진다.

그럴때 창문을 열면 어김없이 잔뜩 흐린 하늘에 스산한 비가 내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숙소의 앞마당을 적시는 동안 두툼한 카디건을 걸치고 커피물을 올린다.


컵속으로 와르르 한국의 믹스커피가 쏟아진다.

적당히 달짝지근하고 적당히 씁쓸한 믹스커피를 한모금 마시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세포 하나하나까지 따뜻함이 퍼지는데 스산한 기운에 웅크려져있던 몸이는 데 제격이다.


특히 하루종일 우비로 떨어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다보면 얼른 숙소로 들어가

믹스커피를 타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 느낌이 꽤 좋아서 여행갈때 항상 믹스커피 챙긴다.

다른 한국 음식은 절대 챙기지 않아도 믹스커피만은 반드시 가방에 넣어가는데

자꾸만 옷깃을 여며야 하는 날씨가 파리에 찾아오면 어김없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감히 비오는 파리에서는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


믹스커피를 활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코리안 스타일 커피'라고 소개하면서

외국인들에게 선물하는건데 그 반응이 꽤 좋다.


굳이 챙기진 않지만 춥고 비가오는 날이면 꼭 생각나는게 컵라면이다.

나의 소울푸드인 사누키야 우동으로도 라멘으로도 쌀국수로도 해결이 안 되는 날씨에는

한인마트로 달려가 컵라면을 잔뜩 산다.

물론 한국가격 생각하면 못사겠지만 나의 욕구충족을 위해 망설임없이 투자한다.


라지에이터에서 나오는 따뜻한 온기에 기대어 뜨거운 물을 붓고 1분.. 2분.. 3분!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그 어느때보다 설렌다.

비오는 창가에 앉아 라면 한 입,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 한 입 호로록 마시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따뜻함이 온 몸이 퍼지는 그 느낌이 짜릿하도록 행복하다.


가끔 봉지라면을 챙겨가거나 한인마트에서 사기도하는데

끓여먹을 용도가 아니라 부수어서 맥주나 와인과 함께 먹는다.

봉지라면을 부수면 면발의 고소함과 약간의 단맛, 그리고 스프의 매콤하고 짭짤한 MSG 가득한 맛이

혀에 착착 붙는데 그게 은근한 쾌감(?)이 있다.

스프때문에 매워진다 싶으면 맥주나 와인을 한모금 마신다. 그야말로 빈틈없는 행복이다.


으슬으슬한 기운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비오는 파리를 견딜 수 있는 나만의 소확행.

뜨끈한 국물과 매콤짭짤한 라면에 맥주 한잔!

그리고 온 몸을 녹이는 따뜻한 믹스커피도!


한인마트에서 산 컵라면과 김치 그리고 맥주안주로 딱인 봉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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