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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나를 찾는 시간

마음이 어지러운 날, 책이 조용히 건네준 말들

by 하나의 오후



어릴 적부터 책은, 저에게 삶을 숨 쉬게 해주는 아주 조용한 친구였습니다.

지식을 쌓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자 세상과 나를 조용히 이어주는 연결 고리였지요.

방향을 잃고 막막했던 순간에도 책은 늘 곁에 있었습니다.

뚜렷한 정답이 없어도 책 속 문장 하나가 묵묵히 손을 내밀어주는 것 같았고 그럴 때면 저는 마음을 다시 다잡으며 조용히 하루를 지나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책을 읽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책 속 문장들에서 저만의 속도로 길을 찾아갑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단순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일이 아닙니다.

그 안엔 각자의 마음과 시간 그리고 삶이 녹아 있습니다.

낯선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제 기억을 건드릴 때가 있고 그 감정이 조용히 제 안을 울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책은 제게 거울이 되기도 합니다.

문장에 비친 제 마음을 마주하게 되고 잊고 지냈던 감정들이 문장을 따라 피어나며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책장을 덮고 난 뒤, 저는 종종 제 자신에게 묻습니다.

"나는 왜 이 책을 읽었을까?"

그 질문의 답은 종종 책의 마지막 문장이 아니라 그 이후, 삶을 다시 바라보는 시선에서 떠오르곤 합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이야기가 제 이야기가 되어 있고 그 서사 속에서 저는 제 자신을 다시 발견합니다.


책을 읽는 시간은 결국, 무언가를 찾는 시간입니다.

단순한 정보나 지식이 아니라 삶의 방향과 마음의 울림을 마주하는 시간이죠.

누군가의 이야기였지만 그 안에서 제 흔적을 발견할 때면 참으로 아름답고 벅찬 감정이 피어납니다.

어느 날엔 그 책이 왜 하필 지금 내게 온 것인지 분명히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저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늘 저를 글쓰기로 이끌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써온 일기.

그 시간은 저를 돌아보는 고요한 의식이자 저만의 방식으로 삶을 붙잡아두는 일이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하루의 숨을 조용히 담아내는 작업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저는 삶의 결을 다시 살펴보았고 제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읽은 책을 글로 풀어내는 일은 단순한 요약이나 기록이 아닙니다.

그 감동을 저만의 언어로 다시 살아내는 일입니다.

그 속에서 저는 여전히 배우고 조금씩 다시 자라나고 있습니다.


책과 글쓰기는 지금의 저를 지탱해주는 두 개의 단단한 기둥입니다.

책이 마음을 다잡아준다면 글쓰기는 그 마음을 세상에 건네는 일이 됩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 모든 시간은 결국 저를 향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저는 지금도 책과 글을 통해 저를 이해하고 돌보고 지켜내는 중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책과 글을 따라 저를 조금씩 더 알아가는 중입니다.

이 여정은, 아마 평생 조용히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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