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럼프가 밀어준 사업들
미국 시장에 대해 우리가 자주 놓치는 3가지.
미국 컨슈머 고객들의 의외 특징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자주 저지르는 착각이 있다. 미국이 하나의 "시장"이라고 보는 것이다. 미국은 국가이기 이전에 50개의 다른 나라가 묶여 있는 대륙이다. 그리고 그 안의 소비자들은 정말 다르다. 이 글은 내가 미국에서 창업자들과 일하면서 발견한, 미국 컨슈머 고객들에 대한 의외의 특징 세 가지를 풀어본다.
1️⃣ 트럼프가 밀어준 사업들
미국의 정책은 사업 지형을 바꾼다. 아주 급격하게.
데이터가 좀더 많은 2017년을 예시로 트럼프가 대기업 법인세를 낮추고 개인소득세 일부 항목을 줄이면서, 스톡 옵션을 받은 고소득자들이 갑자기 늘었다. 실리콘밸리 테크 종사자들 사이에서 RSU(Restricted Stock Unit)와 ESPP(Employee Stock Purchase Plan) 관련 세금 대비를 자동화하는 SaaS가 급성장했다.
예:
· Secfi: 스톡옵션 세금 계산 & 대출
· Carta: 자산관리 SaaS에서 cap table 관리의 기본 인프라로 확장
· Outreach, Klaviyo: 비용절감+생산성 강화 요구에 맞춰 급성장한 이메일 오토메이션 SaaS들. 당시 실리콘밸리에서는 “트럼프 시대가 끝나면 Carta도 고점일 것”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미국은 연방정부 정책 외에도 주(state)의 정책/세금/소득구조/정치 성향이 사업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 텍사스는 법인세 없고 반노조 성향
· 캘리포니아는 친환경 규제, 노동법 강함
· 플로리다는 은퇴자 타깃 B2C가 잘 됨
· 유타는 몰몬 소비자 기반이 뚜렷함 (알코올 규제, 가족 중심 광고가 잘 먹힘)
"미국에서 잘되면"이라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다. "미국 어디에서? 어떤 정책 아래서? 어떤 정치 성향의 고객에게?"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2️⃣ 덕후들의 천국
미국은 덕후가 ‘시장’이 되는 나라다.
한국에선 관심사가 마이너하면 소수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깊이 빠진 사람(fanatic)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들은 ‘덕후끼리의 언어’를 이해하는 브랜드에 돈을 지불한다.
예를 들어,
· 아이폰 케이스 하나에도 ‘미국 우주 프로그램 70년사’를 담은 브랜드가 있고,
· 특정 만화의 한 컷이 그려진 핸드폰 스트랩에 20달러 이상을 쓰는 사람이 수천 명 있다.
· 남편에게 전기차를 바꾸게 한 것은 Reddit의 ‘Subaru 덕후’ 포럼이었다는 사례도 있다.
미국에서는 시장조사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가"보다 "얼마나 깊이 원하는 사람이 존재하는가"를 먼저 본다. 특히 틱톡, 인스타, 유튜브 알고리즘이 덕후 소통을 극대화하면서, 이건 더욱 강화됐다.
한국처럼 ‘대중적으로 무난한 것’을 찾으면 절대 성공 못 한다.
차라리 누구에게는 완전 이상한 걸, 대신 재밌는걸 만들어라. 그게 진짜 팬을 만든다.
3️⃣ 전환은 잘되는데 리텐션이 안 되는 나라
미국 소비자는 '체험'엔 빠르지만, '관계'에는 신중하다.
미국은 전환율(Conversion Rate)은 높다.
· "Free trial", "30-day money back", "Sign up with Google" 같은 진입장벽 낮은 UX가 기본이다.
· 광고도 CTA 중심이고, 이메일 퍼널/리타게팅 광고도 워낙 잘 발달돼 있어서 첫 사용자는 정말 잘 들어온다.
그런데 리텐션은 낮다.
· 구독했다가 3일 뒤에 바로 해지
· 제품을 써보고 나서도 피드백 없이 이탈
· 이유는? 단순하다. 경쟁이 너무 많고, 고객 충성도를 만들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브랜드 충성도"는 만들기 힘들다. 제품의 실질적 효용을 1~2회 내에 입증하지 못하면 그냥 떠난다.
그리고 고객 서비스나 FAQ에 답이 느리거나, 이메일 응답이 불친절하면 바로 “chargeback”(결제 취소 요청) 들어온다.
따라서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할 때는
· Retention을 만들기 위한 첫 사용 경험(FTUE)
· 바로 반응해주는 고객 대응 매뉴얼
· 반복 전환을 유도하는 페이싱 구조
이걸 제품 기획 시점부터 설계해야 한다.
결론,
미국 시장은 비슷해보이는 '소비자'들인거 같지만, 전혀 다른 기준으로 움직인다.
덕후다움을 사랑하고, 주 정치 성향에 따라 소비하고, 유료 사용은 빠르지만 끊는 건 더 빠르다. 무듼것 같지만, 미묘한 차이를 섬세하게 따내지 않으면 사업화는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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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일몰 때 추천하는 Fishermans Wharf,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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