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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힘찬 Apr 21. 2018

제주 섬 속의 섬,
가파도의 초록 물결

감성작가 이힘찬

며칠 전, 청보리 축제가 한창인 '가파도'에 다녀왔다. 가파도는 제주 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모슬포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10여 분 들어가야 한다. 가파도의 면적은 0.9㎢. 수치만으로는 감이 잘 안 왔는데, 배에서 내려 푸른 하늘과 푸른 밭을 감상하며 30분 정도 걸었더니 섬 끝에 도착했다. 섬에 사는 사람도 약 400명 정도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섬.

해마다 이때가 되면 청보리의 초록빛 물결로 파도치는 섬. 어떤 특별한 풍경이 있다거나,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거나 하는 그런 곳은 아니지만, 보여지는 풍경 그대로에 푹 잠긴 채 말없이 걸으며 쉼을 취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제주 섬 속의 섬, 가파도의 초록 물결 '청보리 축제' - 사진 : 이힘찬

청보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섬. 바람이 불어올 때 흔들리는 그 물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다. 섬 전체가, 바람 소리와 그 바람에 밀려 청보리끼리 서로 닿는 소리만으로 가득했다.

제주 섬 속의 섬, 가파도의 초록 물결 '청보리 축제' - 사진 : 이힘찬
제주 섬 속의 섬, 가파도의 초록 물결 '청보리 축제' - 사진 : 이힘찬
가파도 중앙에 위치한 가파 초등학교. 수업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안으로는 들어가지 말아주세요.
나뭇가지들을 사진 틀 삼아서...

현대카드의 가파도 프로젝트가 몇 년간 진행되었다는 영상을 보았다. 약 4년간 세 번 정도 가파도에 갔었지만, 회색 건물 몇 개가 세워진 것 외에 특별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사실 잘 느껴지지 않았다. 바램이 있다면, 부디 이 평화롭고 푸르른 섬 가파도 만큼은, 차갑고 어두운 무채색으로 채워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청보리 축제' 기간은 4월 14일부터 5월 14일까지. - 사진 : 이힘찬

가파도는 들어가는 배의 시간에 따라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주어진 시간은 약 3시간 20분으로, 예전보다는 더 길어졌다. 이전에는 배편 자체가 적었었는데, 이번에는 축제 기간에 맞춰 횟수를 늘려놓았다. 청보리 축제 기간은 4월 14일부터 5월 14일까지.

가파도 섬 우측 분리수거함 근처에서 만난 길냥이들 - 사진 : 이힘찬
가파도 섬 우측 분리수거함 근처에서 만난 길냥이들 - 사진 : 이힘찬
가파도 섬 우측 분리수거함 근처에서 만난 길냥이들 - 사진 : 이힘찬

섬을 두 바퀴 정도 돌고 나오다가, 분리수거함 뒤쪽에서 길냥이들과 마주했다. 예상을 못 해서 가방에는 작은 간식 두어 개밖에 없었다. 사람을 조금 피하기에, 바닥에 내려놓았더니 금세 달려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다른 고양이들보다 때가 많이 탄, 목줄을 한 냥이가 있었는데, 혹시 누군가 이곳까지 와서 버리고 간 건 아닌지 걱정되어 한참 동안 떠나지 못했다.

가파도에서 바라본 제주도의 송악산과 산방산 - 사진 : 이힘찬
가파도를 떠나며, 배 위에서 - 사진 : 이힘찬
가파도를 떠나며, 배 위에서 - 사진 : 이힘찬

평소에는 이 섬이 어떤 모습을 품고 있을지, 어떤 하늘과 어떤 바다를 볼 수 있을지, 청보리 축제 기간이 끝나고 나서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 길냥이들의 밥과 간식도 꼭, 챙겨서.

제주 섬 속의 섬, 가파도의 초록 물결 '청보리 축제' - 사진 : 이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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