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홋카이도는 사랑하기 좋은 섬이었다.
-너무나 많은 여름이 '토키도키 유키'
01.서늘한 여름:
일이 바빠서 계속 완독하지 못한 책을 일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다 읽었다. 여름이 내 곁을 완전히 떠나기 전에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이었다. 소설집 <너무나 많은 여름이>는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소설가 김연수가 여러 낭독회를 하며 그때마다 읽어준 자신의 소설을 묶은 책이다. 책 제일 뒤를 보면 책을 보면서 들을 플레이리스트도 적혀 있다.
여름이 본디 지닌 모습은 다양하지만, 아무래도 요즘 여름은 너무 덥다 보니 더위부터 먼저 떠오른다. 무덥고 얼굴이 빨갛게 익을 것 같은 더위, 양산을 들어도 흐르는 땀. 하지만 <너무나 많은 여름이>의 여름은 서늘하다. 한국, 일본, 코로나... 여러 배경 속에서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마지막은 항상 무언가가 마음속에 남는다.
인생 역전 스토리를 읽고 열정으로 불타고 뜨거운 마음은 아니다. 서늘하고, 그래서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다시 읽게 만든다.
02.단편 소설은 오랜만이라:
책의 리뷰 중에서 '단편 소설이기에 하루에 한 편씩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좋아요'라는 평이 생각보다 많았다. 책을 읽고 자신이 특히 마음에 드는 소설을 곱씹어봐도 좋을 듯하다.
처음에는 여름이라는 단어와 표지의 바다색이 예뻐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 탐색하듯이 한 편, 한 편씩 소설을 읽다가 단편 '위험한 재회'에서 마지막 '이로써 기태의 생명은 연장됐다'라는 문장을 읽고 솔직함과 사랑이 느껴져서 푹 빠졌다. 그 뒤로 읽은 소설들은 모두 주옥같았다.
03. 문장들
토키도키유키
1월의 홋카이도는 사랑하기 좋은 섬이었다.
...
중략
...
이제 행복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았다. 때때로 내리는 눈과 마찬가지로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행복이 오기는 온다는 것을 이제 그들은 알게 됐으니까. 삿포로 할머니가 한 말처럼 그렇게 긴 삶이 계속됐다.
고작 한 뼘의 삶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하고말고요. 소설가의 재능이란 꿈꾸는 것이 전부다. 꿈꾸는 능력은 꿈을 현실로 만든다. 하지만 꿈 같은 현실이 내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는 이 선물에 나는 지금까지도 만족하고 있다.
나와 같은 빛을 보니?
한 번의 인생이란 살아보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죽은 뒤에야 우리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므로 잘 살고 싶다면 이미 살아본 인생인 양 살아가면 된다.
나와 같은 빛을 보니?(조금 알아보기 쉽게 반말>높임말 수정)
당신이 사는 바다에는 방향이 없습니다. 사방이 모두 같습니다. 그러나 태양이 떠오르면 방향이 나옵니다. 빛의 방향입니다. 난 당신이 나와 같은 방향으로 서 있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제 당신도 빛을 향해서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다음 우리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거기 까만 부분에
누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어떤 별은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바라보는 것. 그것이 관찰자로서의 책임감이 아닐까요.
너무나 많은 여름이
엄마에게서 들은 말 중에서 몇몇 일본 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오차, 안빵, 모찌, 그리고 시마이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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