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이면 수상한 그 가게에서는 늘 기타 소리가 났다. 간간히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는 무언가 즐거운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내가 살았던 도쿄 나카노 구의 작은 동네에는 제법 긴 시장 골목이 있고 구석구석 좁다란 골목에는 간판도 없는 가게들이 많았다. 매일 이 골목을 지나다니며 호기심이 커졌다. 도대체 저 가게들은 뭘 파는 곳일까? 그런데 이 가게들은 문을 열고 닫는 것도 들쑥날쑥해서 좀처럼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10시를 훌쩍 넘긴 금요일 저녁이었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늘 굳게 닫혀 있던 가게 중 하나가 밝게 불이 켜져 있었다. 반쯤 열린 문 사이로 기타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고 노란 불빛 아래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서 연주를 감상하며 왁자지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가게 앞에 놓인 낡은 행거에는 큼직한 사이즈의 빈티지 옷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었고, 그 옆에는 까맣게 그을린 얼굴의 여자가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작은 창고로 보였던 이곳의 정체는 옷 가게였다. 나는 점점 호기심이 발동했고, 그날따라 이런 어른들이 모임이 간절했기에 먼발치에서 가게 안쪽 상황을 좀 더 훔쳐보기로 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기타를 연주했다. 그리고 틈틈이 환호성을 지르고,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고, 또 누군가는 춤을 추기도 했다. 순간 느낌이 왔다. 저들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이 동네에 사는 아티스트들이었다. 온종일 방구석에서 작업을 하고, 새벽이 되어야 잠이 들고, 해가 중천에 떠야 눈을 뜨는, 보잘것없지만 소중한 그들만의 일상을 반복하는 사람들. 가난하지만 행복한 이들이 지금 저곳에 모여 자기들만의 조촐한 파티를 벌이고 있는 거였다. 나를 발견한 그 누군가가 들어오라고 손짓했지만 쓸데없이 낯가림이 심한 나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런 풍경은 도쿄의 번화가를 벗어나면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처지에 맞게 저마다 익숙한 공간을 찾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일상을 즐기는 법을 알고 있었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돈을 쪼개고 쪼개서 맛있는 걸 해 먹고, 싸구려 술에 적당히 취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며 해맑게 웃었다. 그 순간이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전혀 행복할 수 없는 환경을 행복으로 바꾸는 마법을 가진 듯했다.
가끔씩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그들의 작품도 우연히 볼 수 있었다. 길바닥에 크레용과 파스텔로 그려놓은 봄날의 꽃들. 혹은 자투리 나무 조각으로 만든 수줍은 토끼 인형. 그들은 그들의 아지트가 되어준 이 동네를 위해 기꺼이 작품을 내주었다. 비와 바람에 의해서 금세 지워지거나 날아갈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들처럼 살고 싶어도 그들처럼 살 수 없는 나는, 보잘것없지만 소중한 그들의 일상을 닮고 싶었다.
# tip
동네 골목을 산책한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던 작은 공방이나 소품 가게들을 찾아내고, 차분히 둘러본다. 가게를 지키는 그 누군가는 이 작품의 주인일 것이고, 그들과 작품 이야기를 나누면서 봄날의 햇살처럼 마음이 포근해지는 걸 느껴본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