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이니까 어쩔 수 없다

나 홀로 이겨낸 첫 수술기 [2]

by anego emi
수술 전야

집 비밀번호를 아는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가 입원 날 덥석 내 손을 잡아 주었다. 굳이 혼자 가도 괜찮다는 내 손을 끌어 그녀의 차 안으로 밀어 넣고 병원으로 향한다. 입원실 안내를 받고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피검사를 하고 줄줄이 의사들이 오가며 수술에 관한 설명을 한다. 그리고 언제나 설명의 마지막엔 원치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황해하는 나를 보며 그녀는 " 뭐... 의사들은 늘 최악의 경우를 말하는 거니까..." 그녀가 눈을 찡긋하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둘째가 어린이 집에서 돌아 올 시간 즈음에 그녀는 디데인 내일 내 손을 잡아줄 또 다른 그녀의 유무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병실을 떠났다. 다인실을 신청했지만 여의치 않아 2인실로 입원하게 되었고 막 출산을 하고 돌아온 산모의 끙끙 되는 신음 소리와 함께 나의 병원에서의 첫날은 시작되었다. 오후 6시를 조금 넘기고 저녁시간이 되었는지 야채죽과 심심한 간을 한 몇 가지 찬과 물김치가 담긴 한상이 내 앞에 놓이고 수술 전 마지막 식사니 맛있게 드시라 한다. 그저 며칠간 먹을 수 없음에 대한 억울함을 조금이라 채우기 위한 힘없는 숟가락질 몇 번으로 식사는 막을 내리고 수술 전 맞아야 할 몇 대의 주사를 더 맞고 관장을 하고 침대에 누웠다.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 아직도 수술 후 통증에 괴로워하는 옆자리 산모의 간간이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서고 정신은 점점 더 또렷해진다. 억지로 눈을 감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결국 가지고 온 책을 펼쳐 들고 읽어 내려간다. 글자가 눈에 들어 올리 없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책 속의 글자들과 눈을 맞추고 마음을 열어본다. 똑딱똑딱... 시간은 묘한 긴장 속의 내 심장소리와 함께 내 눈에 밟히는 흐물흐물한 책 속의 글자 들과 함께 더디게 흘러간다. 새벽 한 시 경 혈압을 재러 온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간호사는 내 손에서 책을 뺃는다. 그리고 보조등을 끈다. " 주무셔야 해요. 컨디션이 좋아야 수술이 잘되요. 억지로라도 자야 합니다. " 그녀가 돌아가고 사방은 어둡다. 옆자리 산모의 신음소리와 그 옆을 지키는 남편의 코 고는 소리가 침묵 속에서 빙빙 맴돈다. 그 순간 핑그르르 눈물이 돈다. 마음이 울꺽 뜨거워진다. 뭐랄까... 그 순간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슬픈 비밀을 혼자 간직한 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몰래 숨어든 것처럼 나는 고독했다. 그리고 그런 내가 조금은 아주 조금은 서글프고 가여웠던 것 같다. 어둠 속 산모의 신음 소리와 함께 내 울음소리도 어둠 속을 아주 잠시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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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편 끝>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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