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키라고 불리는 귀여운 18살의 그녀는 언제나 밥 대신 초콜릿 바 혹은 사탕을 먹는다. 가끔 한 입에 털어
넣으면 사라질 귀여운 돼지가 그려진 주먹만 한 컵라면을 먹기도 한다. '부타라면'... 돼지 라면이라는 이름을
가졌거만 결코 아무리 먹어도 돼지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가난한 라면이다.
가끔 사키 짱은 방실 방실 웃는 귀여운 꼬마 아이가 그려진 천가방에 여러 종류의 사탕을 담아 온다. 나른한 오후, 유난히 잔소리가 많은 나이 지긋한 선생님의 수업시간엔 여기저기 책상을 바라보며 조는 학생들이 늘기 시작한다. 한 시간이 지나고 10분간의 휴식시간... 사키 짱은 힘 빠지고 졸리니까, 기분전환으로 달달한 사탕이라도 먹지 않을 테야? 하고 말하며 주변을 향해 빙끗 웃는다.
사키 짱의 천가방이 열리고 민트맛 사탕, 딸기 맛 사탕, 초콜릿 캐러멜 등등이 고개를 내민다. 그 순간,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오토꼬 우메보시'라고 쓰여있는 검정 바탕의 자줏빛의 색 우메보시가 눈에 힘을 잔뜩 준 일러스트가 그려진 사탕.... 아 저거 먹어 보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친절한 사키 짱은 우메보시 캔디를 집어 든 나를 보며 "언니 그것 괜찮을까? 좀 낯선 맛일 텐데.. 우메보시 먹어 본 적은 있는 거야?" 하고 말했다. "그럼, 먹어본 적 있어. 뜨거운 밥에 우메보시... 시큼했지만 먹을만했어." 나는 빙긋 웃으면 답했다.
이 정체불명의 사탕도 먹을 만했다. 첫맛은 시큼했지만 혀끝에 단맛이 감도는 것이, 무슨 맛이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순간 모두 입안에서 녹아버렸다. 뭔가 아쉬운 듯한 묘한 맛이 기억 속에 남았다.
그 후 나의 우메보시 맛 과자 사랑이 시작됐다. 우메보시 맛 새우깡, 우메보시 맛 포테이토칩.
우메보시 맛 빼빼로... 이 과자들은 늦은 봄과 여름 사이에만 한정으로 판매된다. 비가 내리는 주말 오후...
입맛이 없는 날이면, 이 우메보시 과자가 나의 입맛을 깨워주기도 했다.
창밖으로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우메보시 과자를 우적우적 씹으며 그림을 그리다가, 아... 누군가라도 불러내 와인 한잔할까? 하는 생각에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물론 이렇게 느닷없이 술 한잔 하자는 전화에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당황해한다. 그러나 뭐 어때? 난 한국인이고 이게 한국 스타일이라며 꿋꿋이 우겨볼 생각이었다.
요코하마에 사는 친구를 불러 갑작스러운 와인파티를 계획한 날, 슈퍼에는 꼬마의 울음소리로 들썩인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서너살쯤으로 보이는 꼬마가 프로모션 중인 포테토칩을 사주지 않는 젊은 엄마에게 발을 동동 구르며 시위 중이었다. 꼬마는 가슴에 포테토칩을 꼭 껴안고 꺼이꺼이 서럽게 울었지만 엄마는 끝까지 사주지 않았다. 눈물이 뚝뚝~ 그러다 주룩주룩~ 흘러내렸던 그 꼬마의 동그란 얼굴... 너무 귀여웠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