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희망

by anego emi


‘희망은 절망을 맛보기 위한 필수품’이라는 글을 본 적 있다. 어딘가 독기가 오른 듯한 냉소적인 이 희망에 대한 견해는, 나이가 들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우리의 희망은 대부분 턱없이 높은 곳에 있고,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욕망이 되어 평생토록 어깨를 짓누른다.


어느 누구도 평범한 일상을 희망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일 아침의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 역시 희망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당연한 것이니까. 그런데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들조차 희망이 된다.


사회라는 뜨거운 물에 뛰어들어 허우적거리던 시절, 청춘이었던 내게 희망은 자주 절망이 되곤 했다. 희망을 그리면 그릴수록 절박해졌고, 희망은 나의 온갖 불안을 자극하며 가슴을 조여 왔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희망은 오기에 가까웠다. 내 능력과 비례하여 성취하거나 노력과 끈기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그저 고달픈 오늘이 반복되는 것을 묵묵히 버티게 해주는 오기였다. 나는 그 희망의 늪에 빠져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럴 땐 이상하게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오히려 새로운 희망의 싹이 되어 나를 구해 주곤 했다. 몇 달을 죽어라 공들인 프로젝트보다 농담처럼 던진 아이디어들이 놀라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나와 주변을 당황시켰다. (인생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때로는 일에도 정답이 없었다.)


앞으로도 나의 희망은 아마 새털처럼 가벼울 것이다. 날마다 아침 산책을 하는 것이 평생의 희망이 될 것이며, 일주일에 한 번은 지인들과 커피를 마시거나 맛있는 저녁을 먹는 것 또한 놓치고 싶지 않은 희망 사항 중에 하나일 것이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을 쌓아가면서 가벼운 희망들을 이루고 또 품으며 살아가는 것 또한 희망이다.





# tip

날마다 오늘의 희망 사항을 메모해본다. 그리고 그 희망 사항을 내일이 오기 전에 꼭 이루도록 애쓴다. 그러기 위해서 그 희망 사항은 가벼울수록 유리하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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