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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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음악으로 말하는 애잖아'

음악을 하는 청춘들의 꿈과 연애를 다른

어느 드라마 속의 대사입니다.


음악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소위 아티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은 자기표현에 어색한 법이죠.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지만

제가 만나본 대부분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좋아하고

소심하다고 느껴질 만큼 차분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조용했죠.


문과대학을 나오고

광고 회사에서 줄곧 일을 했던

저에게 그들은 참 낯설었답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어쩌면 저렇게 의견이 없을까

도대체 뭘 그리고 싶기나 한 걸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답니다.


게다가 더더욱 놀라운 것은요

미술 대학은 별다르게

가르쳐주는 게 없다는 사실이에요.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

표현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죽어라 해내는 과정...

그것이 전부라고 할까요?


그렇다면 선생님들은

뭘 가르치나 고요?

글쎄요. 기초적인 테크닉과

학생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어드바이스를 하고

그때그때마다 적절한 팁을

주는 것이라고 할까요.


제가 다녔던 2년제 전문학교도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언제나 과제의 테마를 주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섬네일로 그려와서

설명을 해 보라고 하죠.

그 과정에서 선생님은

필요한 재료라든가

참고할 만한 작품이라든가..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알려주고

작업의 시작을 독려하죠.


나이 많은 유학생이었던 저는

일본어에 대한 자신감도 별로 없었고

매번 뭘 그려야 하는지도 막막했지만

주절주절 선생님들 앞에서 떠들곤 했는데

다른 아이들은 그저 자신이 그려온

이상한 그림들을 꺼내놓고

'이런 게 좋아요'

' 이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게 전부였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 눈에는 그저 투박한 선과 면으로 밖에

보이지 않은 그 그림들 속에서

선생님은 그들의 의도를 집어내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막힌 조언을 하시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잊지 않고

꼭 하는 한마디..

'우린... 그림으로 말하는 게 편한 법이지.'


그림과 글을 쓰며 프리랜서로

살아간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저는 아직 그림보다 글이

글보다 말이 쉽답니다.

아직 작가가 되긴 멀었나 봅니다.

오늘도 애플이 나를 위해

골라준 음악을 들으며

침묵 속에서 그림을 그리다

잠시 눈을 감아봅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제 기분을 알아주는 것도

제 생각을 말해주는 것도

이 공간 속에

하루 종일 흐르는 음악과

제가 끄적이는 그림들이네요.


열 마디 말보다 좋은 음악 한 곡으로

누군가의 오늘을 위로하고 싶은 날입니다.


남은 생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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