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던지는 그 순간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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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까지 세고 더 이상 세는 것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죠.

무서웠고... 그러다가 가슴이 아팠왔거든요.


도쿄 유학시절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에 덴샤를 타면 저도 모르게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의 어색한 시선을 피해

도착 구간을 알리는 정각판과

운행상황을 알리는 스크린을 힐끔 거리게 된답니다.

어느 순간, 하루 걸러 누군가

자살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일본어로 인신 지고. 즉, 덴샤가 굉음을 내며

빛의 속도로 지나가는 그 철도로

누군가 자신을 던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두가 하루를 시작하는 분주한 아침 출근시간,

누군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끔찍한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지요.

JR은 원활한 출근길을 위해

빠른 움직임으로 뒤처리를 한다고 했죠.

그 뒤처리를 전담하는 팀이

별도로 운영되고, 만만치 않은 그 처리비용은

남은 가족들이 부담하게 된다고 하네요.


언젠가, 학교에 남아 남은 과제를 끝내고

저녁 8시를 조금 넘기고

집으로 가기 위해 덴샤를 탔었죠.

그런데 10분이 지나도 움직이질 않았고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하는 순간

안내 방송이 나왔죠. 이 라인의 모 역에서

자살사고가 있어 지금 수습 중이고,

한시감이 넘게 시간이 지체될 것으로 예상되니

용무가 급한 사람들은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라는 내용이었죠. 퇴근시간을 넘기고

업무로 지친 일본인들이 표정이

순간, 더욱 어두워졌답니다.

저 또한,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느라

지친 어깨에 그날따라 더 무거운 짐을 둘러매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다시 움직여

근처 다른 역으로 향해야 하는 것이

잠시 짜증이 났지 뭐예요.


그러다가, 구름 한 점 없이 선명한

코발트 색의 하늘을 올라다 보다가

이런 순간조차 자신의 생각뿐인

이기적인 제모습에 섬뜩하다가

괜스레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답니다.

오죽했으면, 빤히 쳐다보기도

무시무시한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는

덴샤 앞으로 자신을 내던져야 했을까요?

잠시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답니다.

이제는 편히 쉬시라고요.


그러나, 다음 날도 어김없이

도쿄의 발이나 다름없는 덴샤의 정각판으로

또 누군가의 죽음과 장례식과 같은 그 처리과정이

중계되지만, 자신도 모르게 안타까움보다는

출근길을 혹은, 퇴근길을 지연시키는

눈앞에 닥친 불편함에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이고 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옛 어르신들 말에 죽을 용기로

살아가라는 말이 있지요.

그만큼 자신을 죽음으로 스스로 몰아가는 일은

무섭고 두렵고 대단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그랬던가?

천국이라도 죽어서는 가고 싶지 않다고...

그분은 제 명을 다해 가셨지만

명을 다하기 전에 그곳으로 가는 길을

재촉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거 아세요?

알고 보면 다 힘들고 다 찌질하고

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중이랍니다.

그러니 어깨에 힘 빼고

나부터 봐주고 스스를 몰아세우는

잔인한 내일을 꿈꾸지는 말기를..

그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는 일은 없기를..

뭐 저는 그렇습니다


<남은생 잘 먹겠습니다>

아네고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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