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토)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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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비어'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마시는 맥주다. 맥모닝도 아니고 굿모닝 비어라니... 엄마가 들으면 기암을 토할 일이지만, 이 굿모닝 비어에는 사연이 있다. 도쿄 유학시절, 과제 마감 날이면 학교에서 그림을 그리다,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치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단짝인 유끼와 밤새 그림을 그리고 첫차를 타곤 했다. 어쩌다 다음날이 수업이 없는 날이거나 토요일이면, 편의점에서 캔맥주 하나씩을 사들고, 담벼락에 나란히 쪼그려 앉아 뜨는 해를 보며 맥주를 마셨다. 그녀와 나는 지긋이 미소를 짓고, 아무 말 없이 환하게 밝아오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맥주를 천천히 홀짝였다. 노곤해진 몸속으로 녹아든 차가운 맥주 한 모금은, 처음에 그 청량함에 정신이 번쩍 들게 하다가, 기분 좋은 취기가 돌면서, 밤새 뻣뻣해진 목과 어깨의 피로감을 잠시나마 잊게 했다. 유난히 달고 시원했던 그날 아침의 맥주 - 난 그것을 '굿모닝 비어'라고 부른다. 가끔, 잠이 오지 않아 밤새 작업을 한 다음 날이면, 난 창가로 가 뜨는 해를 보며, 이 굿모닝 비어를 마신다. 그리고 캬~ 하고 행복한 탄성을 그때처럼 지르고 만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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