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 눈이 쌓였네 ~" 어젯밤 뉴스에서 눈이 온다는 일기 예보가 있었지만, 설마설마했었다. 행여 눈이 온다 하더라도, 비 같은 눈이려니 생각했었는데, 토요일 산책 코스인 아차산의 중턱쯤에 이르자 소복하게 눈이 쌓여있었다. 쌓인 눈과 온통 희뿌연 구름으로 덮인 하늘이, 온 세상을 새하얀 빛으로 물들여 눈이 부시다. 조심조심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으며, 금세 녹아내릴 것 같은 촉촉한 부드러움을 한껏 만끽해 본다. 다가오는 봄날에 들뜬 사람들에게, 마치 꽃샘추위의 매운맛을 톡톡히 보여주겠다는 심술 같은 이 눈이, 나는 왠지 싫지 않다. 겨울은 자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인 '눈'으로, 모두의 '눈'을 향해 멋지게 작별을 고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근사한 설경이 펼쳐질 줄 알았다면, 맥주 한 캔 챙겨 올 것 그랬다. 겨울이 펼쳐 좋은 새하얀 돗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겨울과 이별주라고 한잔해야 하는데 말이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