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버릴까~ ' 냉장고에서 발견한 애호박 하나. 무슨 생각으로 사놓은 것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아마도 일주일 전이리라. 그냥 버릴까 하다가,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보니 조금 물컹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단단한 편이다. 치솟는 물가에 야채값도 만만치 않은데, 뭐라도 해서 먹어치워야 한다는 생각이 불쑥 드는 건 왜일까? 된장찌개라도 끓일까 했지만, 두부는 고사하고 심지어 된장도 없었다. 어린아이 팔뚝만 한 애호박을 가만히 내려보다가, 갑자기 호박전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몇 달 전 김치전을 하려고 사다 놓은 부침가루를 선반 속에서 찾아내고, 하나 남은 계란 한 알을 꺼냈다. 들쑥날쑥 썰어낸 호박에 부침가루를 무치고, 계란 옷을 입혀 프라이팬에 올린다. 식용유가 없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올리브유로 대신하고, 금세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호박전이 타지 않도록 부지런히 뒤집어 본다. 역시나, 요리의 똥 손답게 계란은 반쯤 벗겨지고, 호박은 속은 채 익지 않았는데, 곁은 갈색으로 타들어 간다. 나는 올리브 유를 더 두르고, 튀기듯 전을 굽기를 이어간다. 드디어, 바삭바삭한 호박전 한 접시가 완성이 되었고, 온 집안은 잔치 음식이라도 한 듯 기름 냄새로 진동을 한다. 네모난 접시에 호박전을 보기 좋게 담고, 먹다 남은 화이트 한 잔을 더해, 나만의 일요일 만찬을 차렸다. 예상대로 느끼한 올리브기름 맛이 강했지만, 호박 특유의 고소한 단맛은 여전했다. 맛있게 호박전을 먹으며 큰소리로 혼잣말을 해본다. '버리지 않고 이렇게 요리한 당신을 아주 칭찬합니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