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커피가 없잖아 ~" 오전에 급히 마무리해야 할 제안서가 있기에, 평소보다 일찍 눈을 뜨고, 커피를 내리려고 주전자에 물을 올렸다. 커피가루를 담아둔 유리병을 탈탈 털어도 한 스푼이 채 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일이든 글이든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말하자면, 그랑데 사이즈의 텀블러에 커피를 가득 채우고, 일단 한 모금 삼킨 후에야 비로소 서서히 발동이 걸리게 되는 것이다. 노트북을 챙겨 집 근처 스타벅스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줄이고, 오랜만에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이라는 걸 해보자 마음을 먹었다. 무엇이든 내 책상 앞에서 해야 집중이 되는 예민한 성격 탓에, 작업을 하기 위해 프리랜서들의 오피스 격인 카페라는 공간에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엇보다 맥락 없이 흐르는 음악들을 참아내기가 어렵고, 귀에 이어폰이라는 걸 한 시간 이상 꽂으면 지끈지끈 골치가 아파왔다. 다행스럽게도 이른 아침의 스타벅스에서는 은은한 재즈가 흘러나왔다. 커피를 주문하고, 햇살이 적당히 내려앉은 창가에 자리를 잡고, 주변을 둘러본다. 벌써 여러 사람들이 자리를 꽤 차고, 노트북을 펼치고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모습이 이곳이 마치 자신의 일터인 양 자연스럽다. 너무 집에만 있어서 자꾸 소심하고 우울해지는 거라며, 카페든 도서관이든 가서 작업을 해보라던 후배의 말이 떠올랐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서, 집구석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를 구속하는, 이 이율배반적인 나의 생활패턴을, 그녀는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올봄에는 어떻게 하든 집을 탈출해 봐야겠다. 세상을 훔쳐보기만 하고 거리 두기를 너무 오래 한 거 같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