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뭐가 좋아? " 할머니 한 분이 뒷짐을 쥐고, 막 도착한 트럭에서 부지런히 상자를 내리는 주인아저씨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아담한 키에 다부진 체격의 주인아저씨는 넉살 좋게 껄껄 웃으며 말했다. " 아이고야, 다 좋지요. 그런데 요즘 입맛이 없으시다면서요. 호박 고구마가 설탕보다 달아요. " 할머니는 무표정하게 플라스틱 박스에 담긴 고구마 봉지를 몇 번 들썩이다가, 하나를 골라 오천 원짜리 한 장과 함께 내밀었다. 검정 비닐봉지에 고구마를 담아주며, 주인아주머니는 살갑게 말했다." 맛나게 드시고 건강하세요." 이 가게는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등장하는 '나미야 잡화점' 같은 곳이다.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인다. 오고 가다가 먹음직스러운 사과 한 봉지를 사고, 저녁 반찬으로 무쳐먹을 오이 한 봉지를 사고, 켜켜이 쌓인 비닐봉지 더미 속에서 더 싱싱해 보이는 상추를 골라내고, 저번에 맛있게 먹었던 아귀 포 이야기를, 나란히 선 처음 보는 이웃과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받는 곳이다.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쌓아 둔 바나나를 한 팔을 쭉 뻗어 집어 드는 나에게, 한 아주머니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저기야, 나도 한 송이 줄래요? 팔이 안 닿아서요 " 나는 파릇파릇 연둣빛이 물든 바나나 한 송이 골라, 아주머니에게 먼저 드리고 빙긋 웃는다. 아주머니는 고맙다고 목례를 하며 " 오늘 시금치가 참 좋아. 한단 사서 무쳐먹어 봐요." 하고 말했다. 나는 시금치 한 단을 집어 들고 바나나와 함께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열었다. '아뿔싸' 현금이 모자라다. 난처한 표정을 짓는 나를 힐끔 보던 주인아주머니는 무심하게 말했다. " 자동 이체하셔도 되고, 담에 주셔도 돼요. " 나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자동이체를 한 후, 아주머니의 뒤꽁무니를 따라가며 말했다. " 저기, 이체했어요. 확인하실래요? " 분주한 주인아주머니는 나와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유쾌하게 말했다. "어련히 하셨을까...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우리 동네 나미야 잡화점의 일등 서비스는, 아마도 이웃을 향한 정감 어린 마음과 신뢰임에 분명하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