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화)

by anego emi

" 햄, 치즈 토스트 하나 주세요 " 오전에 잡힌 미팅 때문에 꼭두새벽부터 눈을 떴다. 좀 더 자도 되는 시간이었지만, 깜빡 잠이라도 들어 부스스한 꼴로, 정신없이 집을 뛰쳐나가는 사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천천히 샤워를 하고, 어제 골라놓은 옷을 입고 집을 나왔다. 지하철은 예상보다 한가했고, 2번이나 갈아타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착착 텀 없이 도착해 주는 바람에, 미팅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날씨도 화창하고 어슬렁어슬렁 주위나 한 바퀴 돌며 시간을 때우자 맘을 먹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고소한 마가린 냄새가 봄바람을 타고 코끝을 자극한다. 길거리 토스트다. 갑자기 허기가 밀려온다. 냄새를 따라 홀린 것처럼 발걸음이 빨라진다. 토스트 하나를 급하게 주문하고 신이 난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토스트를 굽는 아주머니를 빤히 본다. 아하... 이 토스트. 신입사원 시절 아침으로 참으로 많이 먹었더랬다. 회사 근처 전철역에선 언제나 이 고소하고 눅진한 마가린 냄새가 났다. 서둘러 지하철 계단을 올라와 시계를 본다. 출근 시간까지 20분 남짓 남았다. 토스트 하나를 후딱 먹어치우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그렇게 허겁지겁 토스트를 먹고 있으면, 누군가 어깨를 툭 치며 나란히 서서 토스트를 주문했다. 그 누군가는 동기이거나, 선배이거나 때로는 팀장님이기도 했다. 어떤 날은 팀원이 약속이나 한 듯, 토스트 가게에서 모두 모여 오물오물 토스트를 베어 물며, 오늘 하루도 잘 버티자 고 농을 주고받곤 했다. 아주머니가 종이컵에 담아 내민 토스트를 받아 들고, 입으로 가져가다 갑자기 울컥해진다. 그 시절, 함께 했던 그들은 지금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 한입 크게 베어 물고, 입가로 흘러내린 케첩을 닦으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 추억의 맛은 또 추억을 소환하는구나.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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