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이거 한 줌 드셔 보세요. " 마트 앞에 자리를 잡은 노점 테이블에 종류별로 믹스된 견과류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아래로 약간 처진 눈매가 선한 인상을 자아내는 아주머니는, 통 크게 한 주먹 가득 견과류를 집어 들고 그 앞을 지나는 무표정한 할아버지에게 내밀었다. 할아버지는 멈칫하다가 견과류를 양손으로 받아 들고 하나를 집어 입안에 넣었다. " 아버지, 이거 등산하면서 입이 심심하거나 출출할 때 드세요. 건강에 좋아요" 하고 살갑게 말을 하며 한 줌을 더 건넸다. 할아버지는 '오도독오도독' 소리를 내며 아몬드를 씹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 그라믄... 한 봉지 주소. " 나는 이 광경을 물끄러미 보다가 문뜩 생각에 잠겼다. 반백 살인 나는 아직 미혼이고 자식도 없고, 자식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며, 누군가 나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먼 훗날 내가 저 할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누군가에게 '어머니'라고 처음 불린다면, 그 순간 내 기분은 어떻까? 처음 내가 마트에서 '아주머니'로 불리던 날의 기분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어쩌면 나는 좀 기쁠 것 같다. 그냥 하는 말이고, 소위 장사 속이라고 해도, 나를 어머니로 불러주었다는 사실에, 세상 모든 젊은이들을 자식으로 둔 것 같은 착각에 빠질지도 몰랐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나이 든 낯선 사람에게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는다. 기껏해야 '형제' 정도이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연결되어 가족과 같다는 부처님의 말씀도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우리는 참으로 이것을 생활 속에서 잘 실천하고 있었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