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 한때 유행어가 되기도 했던 라면 광고에 나오는 문구다. 웬일인지 아침부터 몹시 허기가 졌다. 커피를 한주 전자 가득 내리고 찐 고구마 하나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지만, 여전히 뱃속은 꼬르륵꼬르륵 신음 소리를 내며 먹을 것을 더 달라고 앙탈이다. 냉장고에서 아침에 먹으면 보약보다 좋다는 사과를 꺼냈으나, 고삐 풀린 마음은 이미 찬장 속 컵라면에 가 있다. 순간, 무의식에 의해 자동 조절되는 내 손은 물을 올리고, 컵라면의 비닐을 벗기고, 수프를 탈탈 털어내고 있었다. 물이 끓어 오르자, 나도 모르게 군침을 꿀꺽 삼키고, 물을 부은 후 3분간의 기대림을 이겨내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라면 냄새가 솔솔 퍼지며 코끝을 자극하고, 호기롭게 뚜껑을 벗겨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이 동그래졌다. ' 어머나, 너구리가 몇 마리야?' 무려 일곱 마리가 컵라면 속에 동동 떠서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차마 이 깜찍한 모습을 휘휘 젓어 망가 드릴 수 없기에, 젓가락을 들고 가만히 내려다봤다. 그리고 한 마리를 조심조심 건져 올려, 잠깐 눈을 맞추고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역시, 아무 맛도 안 났다. 나는 바닥까지 젓가락을 밀어 넣고 휘휘 저어, 돌돌만 면발을 한숨에 빨아들인다. 순식간에 나머지 여섯 마리의 너구리를 먹어치우고 말았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