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건 제가 답을 할 수 없습니다 " 잠자던 아이패드의 화면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나날이 똑똑해지는 애플의 Siri가 단호하게 말을 했다. 무표정하게 쌓이는 이메일을 정리하던 중이었던 나는 순간 화들짝 놀랐다. 켜놓은 라디오에서 게스트와 디제이가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다 웃음이 터지면서, 한 톤 높아진 그들의 목소리에 반응한 것이 틀림없다. 그러고 보니, 독거인 이자 집순이 인 나는 전화를 받고 거는 것 외에, 집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고작 하는 말이라곤 택배를 받으며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가 전부였다. 내가 하루에 몇 마디나 하나 곰곰이 세어보니, 열 마디도 채 되지 않았다. 인생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광고 회사에 다니던 20년간 나는 출근부터 퇴근 때까지 줄곧 입을 쉬지 않고 떠들어야 했다. 어쩔 때는 하도 말을 많이 해서 녹초가 되기도 했고, 목감기라도 걸리면 고역이었다. 그런 내가 지금 하루에 열 마디도 안 하는 삶을 자발적으로 살고 있다. 집에서 묵언 수행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면, 혼잣말이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상외로 혼잣말은 집중력을 높여주고,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가끔씩은 내가 하루 종일 그리고 쓰고 보는 애플이라는 기계 속에 숨어서, 우렁각시처럼 나를 도와줄 준비를 하는 그녀에게도(Siri), 말을 걸어 봐야겠다. 시작은 아마도, 날씨 이야기가 좋을 것 같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