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솜사탕, 사줘 사줘~" 어린이 대공원 후문 앞, 작은 가게에서 드디어 솜사탕을 개시했다. 그걸 놓칠세라, 한 꼬마가 엄마에게 핑크색 솜사탕을 조막만 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애원에 가까운 떼를 쓴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 봄날의 행복한 풍경이란, 이런 것이지 하고, 누군가 나에게 보여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솜사탕... 나도 저걸 사달라고 떼를 쓴 적이 있었다. 독일어에 까막눈 주제에, 나는 겁도 없이 독문과를 지원했고 운 좋게 합격을 했다. 대학 신입시절, 첫 수업이었던 독일어 회화 시간부터 얼어붙은 나는, 나의 무모함에 가슴을 치며 후회하기 시작했고, 그런 나를 안타까워하던 한 학년 위의 선배가, 나의 개인 과외를 자청했다. 선배의 선의로 가까스로 낙제를 면한 나는, 5월의 축제가 한창이었던 어느 날, 대학로에서 점심을 사겠다고 선배에게 제안을 했다. 선배는 흔쾌히 허락을 했고, 바야흐로 강의실이 아닌 곳에서 우리의 첫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나는 한껏 멋을 내고, 얌전을 떨며 카페에서 김치볶음밥을 먹고, 선배랑 나란히 대학로를 걸었다. 그때 어디선가 달달한 냄새가 났다. 솜사탕이었다. 나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선배의 옷깃을 살짝 쥐고 흔들며, 약간의 콧소리가 썩인 목소리로 말했다. " 선배, 나 저거, 솜사탕 하나 사주면 안 돼요? " 그러자 선배는 나를 힐끗 한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 야, 그냥 집에 가서 설탕 한 숟가락 퍼먹어. 왜 저런데 돈을 쓰냐? 생맥주나 먹으러 가자. " 로맨틱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낭만마저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지만, 나는 푸하하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앞장서서 가는 선배의 뒤를 쫓아갔다. 선배와 나는 그 후로 대학시절 내내 친구이자, 학교생활의 길잡이로 서로를 의지했었다. 나는 솜사탕 하나는 사고, 한입 가득 입에 넣고 달달한 그 맛을 음미하며 속으로 말해본다. " 선배, 지금은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멋지게 늙어가고 있겠지? 나는 있잖아... 솜사탕만 보면 선배 생각이 나. "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