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선크림 하나 보냈다. 관리 좀 하고 살아라. " 군데군데 오타가 섞인 엄마의 문자가 왔다. 엄마는 슬슬 햇빛이 뜨거워지는 요즘, 무방비 상태로 자외선에 고스란히 노출될 내 얼굴이 걱정되었음이 분명하다. 올해 구정 때, 동생네와 아침밥을 먹는 나를 빤히 보던 엄마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 에고, 우리 딸 얼굴에 기미가 다 폈네. 내가 딴 건 몰라도 피부 하나는 끝내주게 낳아줬건만... "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밥을 수북하게 입속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 나이 들면 당연한 거지. 신경 쓰지 마. " 엄마는 어느새 반백살이 된 딸이지만, 여전히 스무 살 그때처럼 곱기를 바랐을 것이다. 엄마의 말처럼 나는 피부가 정말 고운 편이었다. 피부과 한번 가본 적 없었지만 " 어쩜 피부가 그렇게 좋아요 "라는 소리를 마흔이 넘도록 들었다. 이 기미는 몇 년 전 남미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생기기 시작했다. 같이 갔던 후배들은 수시로 덕지덕지 선크림을 바르고, 챙이 너른 모자까지 쓰고 중무장을 한 반면에, 나는 그 뜨거웠던 태양 아래 선크림도 없이 활보했다. 그리고 몇 달 뒤부터 스멀스멀 기미가 다크서클처럼 눈 밑에서 올라왔다. 이제는 용을 써도 가려지지 않는 기미를, 이제 와서 선크림을 부지런히 바른다고 달라질 리는 없지만, 엄마가 보내준 소위 '좋은 선크림'을 갈색 반점 위에 문지르며 속삭여 볼 셈이다. "미안하다. 신경 써서 관리해 주지 못해서... 그래도 힘을 좀 내줄래? "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