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토)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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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괜찮아? " 아침에 눈을 뜨고 핸드폰을 켜니, 부재중 전화가 10통이 넘게 와있다. 그 전화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어제 집들이를 한 후배다. 생애 첫 집을 마련한 그녀를 축하하기 위해, 지인들과 그녀의 집에 모여 신나게 와인을 마셨다. 평소의 주량이라면 절대 취할 일이 없는 양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모임이 파할 무렵 취가가 잔뜩 올라 보였다고 했다. 자고 가라는 그녀를 권유에도 불구하고, 멀쩡하다고 큰소리를 치며 호기롭게 집을 나섰다. 자정을 막 넘긴 그 시간에 택시가 쉽게 잡힐 리 만무했고, 휘청거리며 무작정 큰길 쪽으로 걸어가던 나는, 갑자기 정신줄을 놓고 길가에 주저앉고 말았다. 나는 일어나려고 용을 써보았으나, 스르르 다리에 힘이 빠지며 미끄러지듯 엉덩방아를 찍으며, 몇 번이고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내 옆으로 경찰차 한 대가 멈춰 섰다. 무표정한 두 명의 경찰관이 나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 괜찮으십니까? 위험해 보인다는 제보가 들어와서 출동했습니다. 이 시간에 여기서 이러고 계시면 큰일 납니다. 일단 경찰차에 타시죠. " 태어나서 나는 처음으로 길거리의 취객이 되어 경찰차에 태워졌다. 근처 경찰서에 도착하자 한 경찰관이 나를 소파에 앉히며 차가운 생수 한 컵을 권하고, 내 핸드폰의 카카오 택시 웹을 열어 택시를 불러주었다. 그렇게 안 잡히던 택시가 10분 만에 왔다. 순간, 부끄럽고 창피한 마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경찰관은 내 주소를 다시 한번 택시 기사에게 확인시킨 후, 택시에 나를 태워주며 아까와는 다른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 무사 귀가하십시오. " 어젯밤에 생긴 나의 주책스러운 취중 스토리를 들은 후배는 깔깔거리며 말했다. " 경찰이 큰일 했네. 언니 세금 낸 보람 있다. " 그녀의 전화를 끊고 땅콩과자 모양의 빨간 생채기가 난 무릎을 내려다보며 휴~ 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혼잣말을 해본다. " 반백 살에, 별일을 다 겪는구나. 제발, 정신 좀 챙기고 살자고 "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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