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일)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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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s not your fault!" 몇 번이고 본 영화인데도, '굿 윌 헌팅'의 멋진 스승인 로빈 윌리엄스의 이 대사 앞에서 또 눈물을 글썽이게 된다. 아마도, 오늘의 스승이 날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회에 나와 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가? 있다면, 그건 굉장히 운이 좋거나 축복에 가까운 일이 틀림없다. 대리 시절, 1년의 휴직계를 내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간 적이 있었다. 동부에 있는 사립 대학교의 랭귀지 스쿨을 다녔는데, 비교적 나이가 많았던 나에게 관심을 보이던 여선생님이 있었다. 그녀는 이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던 교수님이었는데, 백발의 단발머리에 고운 주름이 내려앉은 하얀 얼굴, 은은한 핑크빛 립스틱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이례적으로 랭귀지 스쿨의 학생이었던 나에게, 그녀의 이름으로 된 특별 장학금을 주었다. 그녀가 나에게 장학금을 준 사연은 다음과 같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IMF를 겪고 있었고, 그것이 얼마나 커다란 경제적 위기인지 몰랐던 나는, 겁도 없이 전세금을 빼서 미국으로 날아왔다. 날마다 환율은 미친 듯이 오르고, 콜라 한잔 사 먹기에도 겁이 났다. 6개월이 지나자 돈은 슬슬 바닥이 나기 시작했고, 나는 집에 손을 벌리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선생님이 방학 전 숙제로 내어준 마지막 에세이에, 나는 나의 꿈과 캐리어에 영어가 얼마나 필요한 지에 관해 쓰면서, 마지막에 한국의 어려운 상황은 어쩔 수 없이 나를 좌절하게 한다고 썼다. 선생님은 내가 쓴 에세이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수줍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러 간 나를, 선생님은 따뜻하게 안아주며 말했다. " 나의 작은 도움이 너에게 날개가 되어주길 바란다. 멋진 여성으로 꿈을 펼치렴. " 오늘 문득 선생님이 너무 그립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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