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은 무슨 마음으로 해? " 후배 J는 내 책상 위에 놓인 모 기업 관련 자료를 뒤적이며 물었다. 그 자료들은 내가 최근에 진행 중인 기업 홍보 영상 관련 자료들이다. 주로 기업의 실적과 업무에 관한 내용이니, 몇 장 뒤적이기만 해도, 골치가 아프고 따분한 생각이 들것이다. 나는 빙긋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 '남 좋은 일 한다' 하는 마음으로 하지~" 그녀는 전혀 예상 밖의 대답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다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프리랜서로 광고나 홍보 관련 일을 주로 하는 나는, 하청에 하청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광고주가 에이전트나 제작사에게 일을 의뢰하고, 그들이 나에게 다시 일을 의뢰하는 방식이다. 나는 그들의 그들의 등 뒤에 숨어서, 일을 돕은 우렁각시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내가 열심히 일을 잘할수록 그들과 그들은 더 돋보이고, 더 큰일을 의뢰받고 성과에 따른 연봉이 상승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일이라는 게 도통 재미가 없고, 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하기가 싫어진다. 그래서 나는 이왕이면 '남에게 좋은 일을 한다'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게다가 나에게 일을 주는 '남'이 나와 죽이 잘 맞고, 자신의 일에 대한 소명과 프로다움을 지니고 있는 멋진 '남'이라면, 나는 더욱더 진심으로 '남'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된다. 이렇게 마음을 바꿔 먹은 후로, 무슨 일이든 가볍고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된다. 나에게 일이란, '남'에게 좋은 일을 하는 기회가 생긴 셈이며, 게다가 돈까지 받게 되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