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목)

by anego emi

'나의 재능과 즐거움이 세상의 필요를 만족하게 하는 교차점을 찾는 것 '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인생 직업에서 직업을 이렇게 정의했다. 곱씹을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멋진 정의다. 나를 발견하고, 나의 즐거움을 찾고, 나에게 솔직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 그것이 일이 되고 직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왜 진작에 알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생길 지경이다.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고, 아울러 나의 후배들과 자라나는 조카들에게 해줄 어른으로서의 멋진 조언이 생겨 한편으로 든든한 마음이 든다. 나는 여전히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가야 하나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이 나이에 또 뭘 대단한 걸 이뤄보겠다고 욕심을 부리며 스스로를 괴롭히냐고 또다는 내가 질책을 한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면서도 나는 이 고민을 아직도 놓지 못한다. 나의 재능과 즐거움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은데, 이것이 과연 세상의 필요로 이어질지에 대한 확신도 자신감도 턱없이 부족하다. 글을 쓰면서도 내가 쓰는 이 글을 누가 읽어나 줄까 하는 의구심을 놓지 못하며, 대형 서점에 갈 때마다 차고 넘치는 신간과 베스트셀러들, 곳곳의 코너를 가득 채운 책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든다. 저 많은 책들과 경쟁을 해서 이길 자신이 있는가? 겁도 없이 책을 쓰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너는 무슨 배짱이냐? 하고 자문을 하게 된다. 그렇게 좋아하던 서점이 이제는 두려운 곳이 되어 나를 긴장시킨다. 작가라는 직업이 쉬이 물이 나올 것 같지 않은 곳에 혼자 우물을 파는 일과 같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깨달아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가끔은 길을 가다 멈춰 서서 어지럼증을 느끼며 털썩 주저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렁그렁 맺히는 눈물 한 방울을 두 눈을 질끈 감아 흘릴 뿐이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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