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월)

by anego emi
0829.jpg

' 쓸모와 책임 ' - 내가 프리랜서가 되면서 가장 절박하게 느꼈던 불안의 원인은 바로, ' 나의 쓸모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하는 점이다. 회사에 몸을 담고 있으면 퇴사하는 그날까지 내 쓸모는 보장되는 셈이며, 그 쓸모에 따라 내 연봉과 직급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즉슨, 내 쓸모를 증명하기 위한 기회에 관해서는 회사가 책임을 지고 있으니, 그저 나는 그 기회에 적합한 능력과 실력을 펼쳐 보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프리랜서에게는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한 이 기회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기회가 사라지면 쓸모도 사라진다. 스스로에게 넘치는 열정과 에너지는 쓸 곳이 없어 방전되기 시작하고, 결국 후회와 자책이라는 후유증을 남기고, 어느새 무감각해진다. 나는 이 쓸모에 관해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기 시작한다. 쓰일 곳이 없으면 쓸모가 없는 것일까. 쓰였으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면 쓸모는 무가치한 것인가. 우리 집 앞마당에 못생기고 퉁퉁하고 가지가 얼기설기 꼬인 나무가 있다고 하자. 한마디로 어디에도 쓸모가 없어 보인다. 굳이 쓰일 곳을 찾는다면, 냉큼 베어다가 고깃집의 장작으로나 써야 할 모양새다. 그러나 이 나무를 그저 거기에 가만히 두고, 가끔 그 주변을 돌며 산책을 하고, 그늘에 앉아서 책도 보고,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속마음도 털어놓고, 그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쓸모를 다할 수는 없는 것일까. '나'라는 사람 또한 저 나무처럼 누구든 벗이 필요할 때 벗이 되어주고, 때로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좋은 생각을 짜내고, 위로가 필요할 때 말없이 어깨를 내어주는 그럼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 내 쓸모를 다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가을이 다가옴이 틀림없다. (아네고 에미)



매거진의 이전글8월 28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