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먹는 밥 ' - 최근 들어 극도의 허기를 자주 느끼곤 한다. 먹어도 배가 찬 느낌이 없다. 그렇다면 '먹는 양을 늘리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으나, 소화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나의 뇌는 허기와 상관없이 입맛을 떨어뜨림으로써, 나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숟가락을 놓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서면 또 허기가 느껴진다. 두 시간의 긴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내내 고민에 빠진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 무엇을 먹어서 이 참을 수 없는 허기를 채울 것인가. 그러다가 번쩍하고 비빔밥이 떠올랐다. 하얀 쌀밥 위에 올라탄 4개의 나물 덩어리와 그 한가운데를 장식하는 서니 사이드업 스타일의 계란 프라이. 솔솔 참기름 냄새를 풍기는 이 맛있는 작품들을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한 몸으로 만든 후, 함께 나오는 국물 몇 숟가락 떠 넣고 신나게 비빈다. 그리고 숟가락 위에 한 입 크기의 먹음직스러운 고봉을 만들어 입속으로 돌진한다. 머릿속에 이런 풍경들을 떠올리자 나의 발걸음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정확히 정오를 조금 넘긴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다. 순간, 잠시 망설인다. 나처럼 '프리 한' 사람들이 북적대는 이 시간에 테이블 하나를 떡 하나 홀로 차지하는 것은 염치없는 짓은 아닐까? 그러다가 직사각형의 길쭉한 테이블이 삼면을 둘러싸고 있던 자그마한 분식집이 떠올랐고, 메뉴 중에 반드시 비빔밥이 있으리라 확신하며 그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나의 예상대로 가게는 손님들도 꽉 차있었지만, 운 좋게 한쪽 벽 쪽에 비어있는 한자리를 발견하고 앉았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내 앞에 상상 속 비빔밥이 놓이고, 나는 씩씩하게 수저를 움직인다. 몇 숟가락을 삼킨 후 멸치 육수 향이 강하게 나는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 주변을 둘러본다. 문득, 참으로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 점심을 먹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달그락달그락 수저가 부딪히는 소리,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 지글지글 주방에서 나는 음식 끓는 소리... 그 소리들에 둘러싸여 밥을 먹는 기분은 비록 그들이 나의 동행은 아니지만, 다 함께 밥을 먹는 것처럼 참으로 정겹게 느껴졌다. 나는 비빔밥 한 그릇을 뚝딱 맛있게 비우고, 참으로 오랜만에 배가 두둑해지는 포만감을 느꼈다. 집에서 먹는 혼밥이 일상이 된 나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사람들 속에서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의 허기는 아마도 이런 '함께 먹는 밥'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배고픔'이란 참으로 오묘하고 다양한 그 어떤 것들의 '배고픔'의 신호임에 틀림없다.(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