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월)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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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에 증후군' - 일본의 베스트셀러 소설인 '잠깐 회사 좀 그만두고 오겠습니다'에 나오는 말이다. 일요일 오후 7시에 방영되는 국민 애니메이션 '사자에 씨'가 끝남과 동시에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이 다가옴을 의미하며, 파블로프의 개처럼 월요병의 증상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든다. 내가 퇴사 후에 가장 통쾌했던 것은 이 일요일 밤의 '사자에 증후군'이 더 이상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는데, 몇 주가 지나자 뜻밖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앓던 이가 빠지고 난 뒤의 시원함이 물러가자 공허함이 몰려왔다. 이 공허함은 일종의 안절부절못하는 불안감에 가까웠는데,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 되어도 일요일과 다름이 없었고, 딱히 새롭게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부지런을 떨어 운동도 하고 마트에 가서 일주일 치 찬거리도 사고, 월요일이 자유로운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 약속을 잡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강박에 의한 나의 일요일 보내기는 나를 더욱 지치게 했으며,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머릿속은 온갖 잡생각으로 잠을 쫓아내고, 다가오는 월요일보다 더 멀고 더 먼 미래를 걱정하며 밤새 몸을 뒤척이게 했다. 그러니 월요일 아침의 컨디션은 회사를 다닐 때 못지않게 뻣뻣해진 어깨며 등 탓에 돌덩이처럼 무겁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월요일이 뭐라고... 나는 여전히 월요일을 위해 일요일을 저당 잡히는 걸까. 나와 같이 프리랜서이자 작가로 사는 삶은 요일이 주는 의미가 없으매도 불구하고, 내가 세상과 동떨어지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애써 의미를 부여하려는 건 아닐까. 일요일에 작업이나 일을 하고 월요일을 뒹굴뒹굴 여유롭게 보내도 그만인 것을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주일 중의 하루는 푹 쉬어주는 것이 주님의 뜻대로 인간을 위한 풍요로운 삶이라고 한다면, 그 하루는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정하면 그만일 터였다. 그 후로 나의 일요일은 수시로 다른 요일의 옷을 입는다. 12월의 일요일은 월요일의 옷을 입고, 느긋하게 산책을 하고 샤워를 하고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고, 한겨울과 함께 보낼 소복이 쌓인 흰 눈 같은 책들을 느긋하게 고른다. 역시, 일요일보다 월요일의 여유와 게으름은 더할 나위 없이 짜릿하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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