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 같은 네 눈동자

by anego emi

[ 홍합 ] 하면 … 떠오르는 이미지나 문장을 쓰시오. 다소 어이없고 슬쩍 황당하기까지 한 이 문제는… 내가 지원한 광고회사의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에 나왔던 문제다. 그때 나는 아무리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요구되는 광고회사라도 해도, 과연 이런 문제로 그런 것들을 평가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만약, 그러하다면 나는 확실히 불합격일 터였다. 이 단어를 본 순간, 포장마차, 안주, 담백하다, 시원하다, 국물맛, 소주잔 등과 같은… 일차적이고 단순한 이미지나 문장 이외에는 떠오르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시험은 시험인지라 조금은 가공을 해 포장마차에 추억을 더한다 던가, 안주에 서민들의 이야기 등과 같은 낯 뜨거운 당의정을 입혀 제출했던 것 같다. 그 덕분이었는지, 나는 원하던 카피라이터로 합격을 했는데, 신입사원 환영회가 끝나고 2차로 간 포장마차에서 국수그릇에 수북하게 홍합탕이 나오자 그 문제가 불현듯 떠올랐다. 나는 홍합 한알을 까서 입 안에 넣으며, 나와 같은 카피라이터로 입사한 남자 동기에게 물었다. “ 그 문제, 뭐라고 썼어요? 홍합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문장…” 그는 나무젓가락으로 홍합을 뒤적이며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그녀의 까만 눈동자 요 …” 순간, 입안으로 반쯤 털어 넣었던 소주가 ‘헉’ 하고 목구멍에 걸렸다가 급히 넘어갔다. 이 주간의 연수기간이 끝나고, 그는 회사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전자팀에, 나는 회사에서 가장 무난하다는 식품팀에 배치되었다. 나는 입사를 축하하러 회사 앞으로 찾아온 대학 동기들과 포장마차에서 홍합을 신나게 까먹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 포장마차 안주는 홍합이지, 안 그러냐?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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