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한 두 꼬마

by anego emi

이 더위에 땀을 줄줄 새는 물같이 흘리며 언덕길을 오른다. 시원함을 넘어 서늘한 냉기를 뿜어 되는 에어컨을 두대나 장착한 시청 근처의 커피숍에서, 온몸에 닭살이 돋도록 오들오들 떨며 두 시간이 넘는 회의를 끝내고, 주린 배를 채울 궁리를 한다. 도무지 먹고 싶은 것이 없다. 먹고 싶은 것이 없으면서도 염치없게 뱃속에서는 꼬르륵꼬르륵 소리를 신음처럼 연신 뱉어낸다. 그래… 이 정도면 뭐든 먹어줘야 한다.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서 금세 내 몸은 땀으로 끈적끈적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 걷다 보니 어느새 남대문 시장입구다. 가방 속에서 물티슈를 꺼내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움치다가 머릿속에 번쩍 하고 떠오른다. 매운 어묵과 우엉, 단무지를 넣은 꼬마 김밥 그리고 송송 썬 신김치를 고명으로 올린 꼬마 잔치국수... 갑자기 바싹 마른 입안에 군침이 돌며 자동으로 마음이 급해진다. 시장 사거리에 있는 늘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만두가게를 끼고 돌아서 조금 걸어 들어가면 있는 자그마한 분식집. 선홍빛의 떡볶이와 가지런히 열 맞춰 누워있는 어묵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더운 여름날 이열치열의 진수를 보여줄 음식들 앞에 어쩔 줄 모른다. 떡볶이와 어묵의 유혹을 물리치고 내 입맛과 허기를 채워줄 기특한 두 꼬마들을 주문한다. 후후 불어가며 잔치국수의 국물 한 모금으로 텅 빈 위장에 신호를 보내고, 엄지 손가락 만한 꼬마 김밥을 국수에 돌돌 말아 단숨에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연신 땀을 흘리는 나를 힐끔 거리던 주인아주머니가 난간에 매달린 선풍기를 내 쪽으로 돌려주신다. 아주머니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나는 정말로 게눈 감추듯 기특한 두 꼬마들을 먹어치웠다. 푹푹 찌는 이런 날이면 으레 떠오르는 냉면이나 메밀국수가 아니라 난 왜 이 꼬마들이 떠올랐을까? 이유에 어떠하든 너무너무 맛있었다는 사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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