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칼국수

by anego emi

날씨가 얼마나 매서운지 몇 방울 흘린 커피가 금세 얼어붙어 검은색의 고드름이 되었다. 제법 도톰한 장갑을 끼었지만 손끝이 찌릿찌릿하면서 아려온다. 얼른 롱패딩의 주머니 속으로 양손을 쑤셔 넣고 잰걸음으로 동네 시장으로 향한다. 아침부터 난방비 폭탄에 망연자실하다가 냉큼 보일러의 설정온도를 낮추고, 그 덕분인지 갑자기 몸도 마음도 춥고 허기가 졌다. 이럴 때 뜨끈한 국물에 인심 좋게 담아 내주는 시장 칼국수 한 그릇 뚝딱하면 위로가 좀 되려나? 주방을 둘러싸고 길쭉한 네 개의 테이블에 사람들이 듬성듬성 앉아 뿌연 김을 내뿜으며 칼국수를 먹고 있다. 회색 털모자를 쓴 할머니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말없이 나에게 눈길을 주는 사장님에게 해물 칼국수를 외친다. 양손을 엉덩이 아래로 삐적삐적 밀어 넣고 꽃무늬 장판을 깐 의자 위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그 어떤 쿠킹쇼보다 멋진 사장님의 칼국수 끓이는 광경을 묵묵히 목도한다. 어느새 내 몫으로 나온 칼국수 한 그릇과 오늘 담근 겉절이 한 접시에 군침을 크게 한번 삼키고 설설 김이 나는 국물 한 모금을 그릇째 호호 불어 가면 마신다. 식도를 지나 온몸으로 퍼지는 뜨끈한 기운에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 양 어깨를 가볍고 떨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이 집의 해물칼국수는 특이하게 꼬불꼬불한 미역귀 같은 흰색 버섯을 고명으로 올려준다. 오도독오도독 씹히는 식감이 쫀득쫀득 적당하게 퍼진 국수면과 찰떡궁합이다. 그뿐인가... 홍합, 바지락, 새우, 오징어 그리고 겨울에만 특별히 올려주는 매생이까지 … 젓가락으로 휘휘 저을수록 진초록의 물감이 퍼지듯 실 같던 매생이가 국물 위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맛을 더한다. 금세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고 몸도 마음도 노곤하게 녹아내린다. 음식으로 위로받는다는 것은 이런 느낌일 것이다.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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