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 초입에 제법 커다란 배낭을 멘 30대 여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습니다. 아침 산책 길에 나선 어르신들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왜일까요? 그들의 제법 큰 배낭 속에는 귀여운 천사들이 호기심 가득한 똘망똘당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네요. 자동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미소를 발사하게 하는 이유가 이 천사들 덕분이네요. 씩씩한 엄마들이 가느다란 몸매임에도 불구하고 성큼성큼 계단을 오릅니다. 조심조심 그들의 뒤꽁무니를 따라가며 천사들을 관찰해 봅니다. 둥둥 떠다니는 유모차 같은 엄마의 배낭은 여름날의 뜨거운 햇살도 거뜬히 막아주네요. 주변을 맴도는 잠자리들은 천장 위에 매달아 놓은 모빌 같네요. 엄마들이 모두 맞춰 입은 연한 핑크 빛 티셔츠엔 귀여운 아이 일러스트와 ‘베이비 하이킹’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이런 멋진 동호회는 산을 좋아하는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도 산을 좋아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이라는 말 말곤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 오늘의 풍경 덕 분에 저도 행복했습니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