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무더위에 외출 전 얼음물은 필수죠. 냉동실에서 돌얼음 봉지를 꺼내니 몇 알 남지 않은 얼음이 딱 붙어서 제법 씨알 굵은 감자가 되었네요. 꽝꽝 소리가 나게 부엌의 선반 위로 몇 번을 내리쳐 보지만 절대 안 떨어집니다. 마치 절대 떨어질 수 없다는 연인들처럼요. 괜히 심술이나 강도를 높여 얼음 덩어리를 내리치다가, 문득 이 얼음 덩어리가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엄마와 아들 사이는 아닐까 하는 더위 먹은 생각을 잠시 하면서 빙긋 웃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안 떨어지는 모자 사이를, 기어이 떼어내어 물통에 동동 뛰웁니다. 그래도 같은 물통 안이니까 서운하지는 않겠지 하면서 말이죠.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