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한 마리가 기다란 나무 벤치에 웅크리고 앉아있네요. 지그시 감은 눈을 보니 무더위를 피해 낮잠을 자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왠지 그 모습이 사뭇 쓸쓸해 보입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 옆에 잠시 앉아서 고양이를 따뜻한 눈으로 내려다봤습니다. 그 눈길이 느껴졌는지 고양이가 슬그머니 눈을 뜨고 저를 힐끔 보더니 다시 눈을 감으며 무심하게 반대쪽으로 돌아 눕네요. 마치 제가 귀찮다는 듯이요. 저는 빙긋 미소를 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하긴요. 독립심 강한 그 녀석이 외로울 턱이 없겠지요. 게다가 왔다 갔다 하는 새들이 있고,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들이 있고, 팔랑팔랑 꽃잎 같은 나비들이 있고, 저처럼 따뜻한 눈길을 주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문득, 외로운 것은 그 녀석이 아니라 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쓸쓸해졌습니다. 오늘 점심은 혼자가 아니라 꼭 누군가를 불러 같이 먹어야겠습니다. 그리고 다짐을 해봅니다. 누가 밥 한 번 먹자고 하면 꼭 밥 한 번 먹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그 사람도 어쩌면 저처럼 쓸쓸해서 인지도 모르니까요.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