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허니바람

by anego emi


불타오르게 덥습니다. 올여름은 뜨겁게 즐겨보자 마음을 먹었지만,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불볕더위를 감당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군요. 언제부터인가 침대 위에 달린 에어컨의 덜덜덜 하는 소리가 거슬려 '켰다 껐다'를 신경질적으로 반복하곤 합니다. 어느 날 에어컨과 벽사이에 틈이 살짝 벌어진 것을 발견하고, 물티슈를 길쭉한 껌처럼 접어서 그 사이를 메꿨더니 덜덜 거림이 제법 잠잠해졌네요. 너무 기특해서 제가 ‘허니바람’이라는 별명을 붙여줬습니다. 늘 내 손이 닿은 물건들에게도 별명을 지어 불러주면, 더 친밀감이 생기고 기계들도 더 열심히 제 몫을 한다고 하네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해보니 기분은 흐뭇하네요. 잠잠해진 ‘허니바람’ 덕분에 밤새 서늘한 기운 속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혼자 사는 독거노인일수록 더 부지런히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함께 있음을 느껴야 한다고 하네요. 설령 대화할 상대가 탐탁지 않다면 저처럼 이렇게 집에 있는 물건들과 라도 대화를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답니다. ‘허니바람~ 오늘도 조용하고 달달한 바람 부탁해' 하고 말하니, ‘ 네’ 하고 답을 하는 것 같네요. < 아네고 에미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외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