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오르게 덥습니다. 올여름은 뜨겁게 즐겨보자 마음을 먹었지만,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불볕더위를 감당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군요. 언제부터인가 침대 위에 달린 에어컨의 덜덜덜 하는 소리가 거슬려 '켰다 껐다'를 신경질적으로 반복하곤 합니다. 어느 날 에어컨과 벽사이에 틈이 살짝 벌어진 것을 발견하고, 물티슈를 길쭉한 껌처럼 접어서 그 사이를 메꿨더니 덜덜 거림이 제법 잠잠해졌네요. 너무 기특해서 제가 ‘허니바람’이라는 별명을 붙여줬습니다. 늘 내 손이 닿은 물건들에게도 별명을 지어 불러주면, 더 친밀감이 생기고 기계들도 더 열심히 제 몫을 한다고 하네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해보니 기분은 흐뭇하네요. 잠잠해진 ‘허니바람’ 덕분에 밤새 서늘한 기운 속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혼자 사는 독거노인일수록 더 부지런히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함께 있음을 느껴야 한다고 하네요. 설령 대화할 상대가 탐탁지 않다면 저처럼 이렇게 집에 있는 물건들과 라도 대화를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답니다. ‘허니바람~ 오늘도 조용하고 달달한 바람 부탁해' 하고 말하니, ‘ 네’ 하고 답을 하는 것 같네요. < 아네고 에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