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인 저는 대부분의 점심을 김밥으로 때웁니다. 처음에는 책을 읽으며 먹기에 김밥만 한 것이 없어서 먹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김밥이 좋아서 김밥을 먹습니다. 출근길에 지하철 역 근처에 있는 김밥 천국에서 소고기 김밥과 참치 김밥을 번갈아 가며 삽니다. 문을 열고 가게로 들어서면 가게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저를 향해 빙긋 미소를 지으며 살짝 말 끝을 올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묻습니다. “ 오늘은 뭘로 줄까요? ” 그 미소가 너무나 따뜻해서 요즘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저를 자동으로 미소 짓게 합니다. 제가 김밥을 주문하면, 적당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펼쳐놓은 김 위에 얇게 펼치고, 어린 시절 엄마가 싸주던 김밥처럼 푸짐하게 소를 채워, 김이 터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눌러가며 김밥을 말아냅니다. 언제나 가게 어머니는 김밥을 저에게 건네며 출근하는 자식을 배웅하듯 환한 미소와 함께, 오늘 하루도 씩씩하게 잘 보내 라는 인사를 잊지 않으시죠. 어떤 날에는 그 말이 그 어떤 말보다 저에게는 힘이 되곤 합니다.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는 김밥을 천천히 씹으며… 이 김밥 같은 하루를 보내자 마음먹어 봅니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