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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by anego emi

드디어 가을이 왔습니다. 올해를 딱 100일 남기고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남은 100일 중… 가을은 며칠을 자신의 몫으로 차지할까요? 활짝 연 창문으로 상쾌하고 기분 좋은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이 바람은 누가 뭐래도 가을바람입니다. 맨발에 살짝 한기를 느끼며 오랜만에 따듯한 커피 한잔을 내려 마시고 싶어 졌습니다.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졸졸 소리를 내면서 커피를 천천히 내립니다. 서서히 퍼지는 커피 향과 함께 가을바람이 훅 하고 불어 들며 머리카락을 휘날립니다.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뭉게구름이 흘러가는 파란 가을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며, 저는 작년에 하늘나라로 간 언니 얼굴을 떠올립니다. 언니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더 이상 못 보겠구나.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다가 눈물 몇 방울을 떨구며 조용히 '언니, 잘 지내?' 하고 안부를 묻습니다. 인디언의 속담에 이런 것이 있다고 하지요. 이 세상에 망자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한 그 사람과 이별한 것이 아니라고. 우리의 마음속에서 살아 있는 것이라고요. 제가 언니를 기억하는 한 언니는 죽지 않은 것입니다. 제 마음속에서 살아남아, 제가 살아 있음에 얼마나 감사한가를, 살아있는 것이 버거운 순간에 자신의 부재를 빌어 다정하게 알려주겠지요. 언니는 역시 끝까지 언니인가 봅니다. 커피잔에 언니의 얼굴이 밤하늘에 달처럼 떠오르네요. 언니, 가을이다. 언니가 없는 첫 번째 가을 ….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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