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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이는 그미 Oct 23. 2021

네 잎 클로버

그런 만남


2020년의 봄

날씨는 점점 따뜻해졌지만

우리는 모두 조금 우울했었다.

코로나 그게 세상을 바꿔놓기 시작했던 그때이다.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나는 갑자기 방학이 길어졌다.

밖에도 나갈 수 없고

답답함이 커져 갈 때쯤

그냥 걷기로 했다.

한적한 동네 그중에서도 더 사람이 없는 길을 매일매일 걸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촌년 기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이 시골길이 너무 좋았다.

지나가면서 보이는 풀들을 보면서 아는 척도 해보고 사진도 찍고

마스크를 낀 채로도 열심히 걸었다.


어제는 이 길로, 오늘은 저 길로

알아주는 길치지만 지도 하나는 잘 보는 나였다.

그러다 너무 멀리 가버린 날에는 지쳐서 버스를 타고 돌아오기도 했다.


시골 동네라 버스는 정말 오래 기다려야 했고

집 앞까지 가지도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내려서 또 걸었다.

지친 발걸음을 옮기다 집 앞에 거의 다다를 무렵

클로버가 엄청나게 몰려있는 클로버 밭을 발견했다. 클로버만 보면 매 번 네 잎짜리를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30년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본적이 없다.

남들은 참 쉽게 찾던데

심지어 요즘에는 마트에서 팔기도 하더라.

물론 무순을 클로버 인척 한 거였지만


네 잎의 클로버가 이렇게 귀한 거였으면

그 옛날 누구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가 예쁘게 잘 말려 코팅까지 해서 선물해주었던 그 아이를 소중하게 간직해볼걸 그랬다.

이렇게 나서서 찾게 될 정도로 지금 나에게는 행운이 필요하다.


수많은 클로버들 사이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눈에 불을 켰다.

이렇게도 밝은 날에.


그런데 어?! 언뜻 네 잎 클로버를 본 것 같았다.

우아!!!!!! 진짜. 진짜 네 잎 클로버.

신이난건 잠시 혹시 또 있을지도 모른다.

유유상종 아닌가.

이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무엇이 중요한가.

실제로 얼마 전에 즉석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같이 구매한 긁지 않는 복권 한 장을 더 긁으면서 혹시 또 당첨되려나 했는데

그것도 당첨된 일도 있었다더라.


찾았다! 정말로 두 개를

아니 어떤 행운이 찾아오려고 단 한 번도

찾지 못했던 네 잎 클로버를 두 개나 찾았나.

이번에는 정말 잘 말리고 코팅까지해서 소중하게 간직해야지.


사실 행운이 꼭 필요한 건 아니었다.

늘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잠도 이루지 못하던 밤들이 있었지만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었고

어떤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보다 더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을 때

더 큰일이 나를 기다리기도 했다.

이런 게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그럼 그건 정말 거절하고 싶은데... 새삼 세상 모든 어른들이 존경스럽기까지도 했다.


삶은 이런 것들을 다 짊어지며 어떻게 살아가지 했다가도 행복한 일이 생기기 도하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다 알지만 오늘은 즐기고 싶었다.

나에게 어떤 행운이 찾아오려나.

그것도 두 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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